[뒤끝작렬] '정치검찰' 탄핵하고 '소신검사' 시대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주역인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한 것은 검사들 뿐만 아니라 검찰을 취재해 온 기자에게도 충격이었다.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충격과 당황 이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다"고 밝혔고, 전직 검사장출신 변호사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니까 할말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검사들은 "검찰 안팎에선 기수파괴 인사라며 앞으로 도래할 인사태풍을 염려하는데 국민들이 환영하는 걸 보면 검찰과 국민과의 간극이 얼마나 큰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2017년 5월 19일 금요일은 '검찰인사 혁명의 날' 중 하나로 검찰 역사에 새겨질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예외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 직후 이뤄진 여야 5당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오늘 검찰인사는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너무나 태연하게 평가한다. 과연 진짜 그것이 전부일까.
언론들은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자 기수 파괴를 주목한다. 윤 검사장은 돈봉투 만찬사건으로 고검장에서 검사장으로 강등된 이영렬 검사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로 5기수 아래다. 소위 '검찰 짬밥'으로 보면 5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검찰에서 주력 중의 주력인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수가 하루 아침에 5년이나 아래로 내려갔으니 기수파괴, 서열파괴를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기수파괴 이상으로 중요한 건 윤 검사장이 검찰내 대표적 '소신검사'라는 점이다. 윤 검사장은 국정원 댓글수사 파동으로 국정감사가 열렸을때 "나는 (검찰)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하지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한마디로 강골검사이다.
적어도 지난 5년간 그의 행동과 수사의 결과는 일치했다. 윤 검사장은 사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는 윤 검사장도 특수부 검사시절 '범 우병우 라인'이었다는 말도 있다. 한 검사는 "그때 우병우 검사와 친했던 것은 맞지만 당시에는 우병루 라인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윤 검사장이 2013년 초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면서부터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윤 검사장은 정권의 비위를 거슬러 댓글 사건 수사팀장에서 경질됐고 3년간을 고검 검사로 대구와 대전을 오가야 했다. 그의 지휘를 받던 댓글 수사 검사 일부는 자의반타의반으로 검찰을 떠나기도 했다.
검찰 내에서 윤 검사장을 지지하든 안하든 그가 소신검사라는데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는 정권으로부터 눈엣가시로 박혀 지방을 전전했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검사로서의 삶을 살았다. '개인철학'이 무엇이든 그가 '진짜 검사란 무엇인지' 그 정신을 보여준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5·19 인사 메시지를 기수 파괴에서 찾는 것은 지엽적 관찰로 보인다. 오히려 '소신검사의 부활'로 읽을 때 그 메시지는 명확하다. '드디어 정치검찰이 영원한 시대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규정하면 과잉해석일까. 물론 앞으로도 태동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검사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 인사를 통해 확인한다.
2017년 5월 19일은 정치검찰 불패신화가 일단 종지부를 찍은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날이다.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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