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서열을 생명으로 아는 조직인데.." 檢 줄사표 현실화?

이경원 기자 입력 2017. 5.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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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청와대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인사 발표를 지켜보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검사들은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지금은 바쁘지도 않다. 뭘 할 게 있겠나" 하는 반응이었다.

여러 단계를 뛰어넘어 검찰 빅2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23기를 발탁한 것은 그보다 선배인 검사장들에 대한 압박 메시지라는 게 검찰 내부 중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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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압박 메시지에 고검장급 대검 차장 사의, 인적쇄신 후 조직개편 관측

19일 청와대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인사 발표를 지켜보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검사들은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지금은 바쁘지도 않다. 뭘 할 게 있겠나” 하는 반응이었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돈봉투 만찬’ 감찰을 직접 지시했을 때 화급했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공소유지를 위해서도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는 한시도 비워둘 수 없는 중요 보직이라는 점,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외압에 굴하지 않는 검사였다는 점 등은 따로 해석이 필요 없었다. 다만 검사들은 단 4명의 인사명령 속에 숨은 의미를 얼른 이해했다.

윤 지검장은 현재 검사장급 인사들 가운데 막내 기수(22기)보다도 후배다. 여러 단계를 뛰어넘어 검찰 빅2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23기를 발탁한 것은 그보다 선배인 검사장들에 대한 압박 메시지라는 게 검찰 내부 중론이었다.

윤 지검장 인사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내부에는 전례 없던 지휘부 구조가 등장했다. 지검장을 보좌하는 3명의 차장검사들 중 노승권(52·21기) 1차장과 특별수사 총괄 이동열(51·22기) 3차장은 지검장보다 선배다. 공안 수사를 지휘하는 이정회(51·23기) 2차장은 동기인 윤 지검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이영렬(59·18기) 전 중앙지검장, 안태근(51·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전보 조치의 행간에도 ‘사표 수리 불가’를 뛰어넘는 속뜻이 있다. 고검장인 이 전 지검장이 가게 된 곳은 부산고검장이 아닌 부산고검 차장 자리다. 검사장인 안 전 국장이 발령받은 대구고검 차장 자리는 통상 갓 승진한 신임 검사장이 가는 곳이다.

이 전 지검장 등의 전보는 예상했지만 좌천일 줄은 몰랐다는 게 검찰 반응이었다. 이번 인사가 당사자들에게 ‘돈봉투 만찬’ 사안의 엄중함을 되새기게 하지만, 몇몇 검사는 “일종의 망신주기 의미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인사는 서열문화가 강한 검찰에 충격을 주려는 의도로도 받아들여졌다. 한 간부급 검사는 “이번 인사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고심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6시30분쯤엔 고검장급인 김주현(56·18기) 대검 차장이 사의를 표했다. 그는 “원활한 검찰 운영을 위해 직을 내려놓을 때”라고만 밝혔다. 김수남(58·16기) 검찰총장에 이어 차장까지 잃은 대검은 당분간 윤웅걸(51·21기)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이 총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검사들은 앞으로 ‘줄사표’가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적쇄신이 예고하는 것은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수사권 조정 등 조직 개편일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한 검찰 간부는 “지금은 누구 한 명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상황이 아니라, 검찰 조직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지금 우리에게 조직이 있느냐, 조직이 없다”고 망연자실했다.

국정농단 사태 수사를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그 이후 받아야 하는 충격이 억울하다는 격앙된 반응도 없지는 않았다. 고위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이 부적절했지만 특수활동비의 이면에는 현실적인 수사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검사는 “우리가 초상집이 되었는데, 상주마저 계속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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