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진당 해산 반대' 헌재 소장,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나

2017. 5. 2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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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공석인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진보 성향의 김 후보자는 주요 사건에서 소수 의견을 내왔으며, 문 대통령은 직접 인사 발표를 하면서 그 점을 김 후보자 지명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국회 동의를 얻을 경우 임기는 김 재판관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 19일까지일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관이 자신의 양심과 법률적 판단에 따른 소신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수 의견은 헌법 재판에서 자칫 묻힐 수 있는 우리 사회 일각의 목소리를 환기하는 순기능을 한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 반대했던 것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통진당 실세 이석기 전 의원이 주도한 조직은 북한과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 사회의 주요 시설을 타격할 모의를 구체적으로 해왔다. 이 전 의원은 내란 선동과 국보법 위반으로 징역 9년이 선고됐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이 전 의원과 그 조직의 활동이 통진당 전체의 책임이 아니라며 해산을 반대했다.

통진당은 북한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이른바 NL파 집단이다. NL파의 목적은 자유민주 헌법 파괴이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 헌법 내의 자유 보장, 인권 보장, 사법적 권리 보장 등 민주적 권리를 최대한 이용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건이 아니라 헌법 파괴를 기도한 조직에 대해선 특별한 경각심을 갖고 다뤄야 한다.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이 헌법재판관이 아니라 헌재 소장이 된다는 것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은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반(反)민주적 폭거"라고 했다. 헌재가 통신당 해산을 결정하자 "국가기관이 개입해 매우 안타깝다. 유권자들 판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와 거의 같은 입장이었다.

지금 우리는 북한이라는 폭력 범죄 집단의 심각한 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사람을 고사총으로 박살 내고 화염방사기로 태워 흔적까지 없애는 집단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집단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그렇다면 의원으로서 통진당 문제에 대해 가졌던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무리하고 불합리한 기대이고 요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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