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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돌변한 트럼프 "마녀사냥.. 특검이 나라를 망칠 것"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입력 2017.05.20. 03: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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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발표 땐 "철저한 수사로 의혹 해소".. 하루만에 태도 바꿔]
- 특검 발표후 첫 기자회견
수사 중단 요구했었냐는 질문에 "No, No.. 다음 질문" 넘어가
사우디 시작으로 첫 해외순방, 러시아 스캔들 돌파구 찾기
- '특종 릴레이'에 백악관은 혼돈
"트럼프캠프, 최소 18번 러 접촉"
"트럼프, 취임 초 코미에 전화.. 수사대상 아닌것 밝히라고 압박"
미국 집어삼키는 러시아? - 18일(현지 시각) 공개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 최신호 표지. 미국 백악관 위에 러시아 모스크바를 상징하는 성 바실리 대성당이 얹혀 있고, 성당에서 흘러내리는 붉은색이 하얀 백악관을 물들이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가 미국을 집어삼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타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각) 법무부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결정과 관련해 "특검이 나라를 망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날인 17일 특검 발표가 났을 때만 해도 "철저한 수사로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했었지만, 하루 만에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TV 방송사 뉴스 앵커들과 가진 오찬에서 "나는 (특검이) 우리 국가를 끔찍하게 망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가 통합이 아니라 분열돼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내통 의혹'과 관련해 "(대선에 패배한) 민주당의 핑계"라며 "(국가적으로) 매우 매우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도 특검과 관련해 "모든 것이 마녀사냥"이라며 "나와 내 대선캠프, 러시아 간에 어떤 내통도 없었다. (가능성) 제로다"라고 했다. 그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노(No) 노"라고 한 뒤 "다음 질문"이라며 넘어갔다.

그러나 이날도 러시아 내통 의혹에 관한 보도가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플린 전 보좌관 등 트럼프 대선캠프 출신 인사들이 지난해 4~11월 사이 적어도 18차례 러시아 측과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비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물밑 채널 복원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후안 산토스(왼쪽)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FBI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이른바 '코미 메모'와 관련해서도 구체적 증언이 나왔다. 1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고 수주일이 지난 후 코미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쯤 FBI는 내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힐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코미 전 국장은 "대통령께서 수사의 세부 사항을 알고 싶으면 저를 접촉하면 안 됩니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 백악관 변호인이 법무부에 문의하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중단을 요구한 며칠 후에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코미 전 국장에게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러시아 정보 요원과 접촉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은 모두 메모로 기록됐고, 의회 조사관들이 메모 복사본을 요구하고 있다고 NYT 는 전했다.

코미의 친구인 벤저민 위티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틀 후 백악관 행사에서 코미를 호명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그를 억지로 포옹했던 일화를 전하며, "코미는 완전히 역겹다고 느꼈다. 대통령이 대중 앞에서 자신을 굴복시키려는 의도라는 생각마저 가졌다"고 했다.

코미 전 국장의 측근은 워싱턴포스트(WP)에 "코미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과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수사에 대한 세부 사항을 물어볼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측근들과 예행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코미 전 국장은 식사를 끝내고 자동차에 올라타자마자 트럼프와 나눈 대화를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메모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주자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코미 메모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할 수 있다"고 했다.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러시아 내통 의혹을 (법무부가) 이제는 범죄 수사로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CNN에 "(백악관이) 혼돈에 빠져 캄캄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자신감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19일부터 시작되는 9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바티칸, 벨기에, 이탈리아 등지에 대한 순방에서 각각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의 성지를 방문해 '평화의 지도자'란 이미지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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