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나만 걸리긴 억울" 스마트폰 신고앱에 화풀이

전현석 기자 2017. 5.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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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폭주에 담당자 골치.. 생활 불편 스마트폰 신고 4년 새 15배 폭증
"야간엔 단순 상담 자제를"
밤까지 이어지는 무차별 생활 민원신고에 강력 범죄 출동 늦어져

서울 서초구청은 최근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불법 주차 신고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역 주민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한 차량을 신고하면 단속에 걸린 주민이 반발해 항의하는 사례가 반복돼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 앱(애플리케이션), 행정자치부 생활 불편 신고 앱 등을 통해 서초구에 접수된 장애인 주차구역 신고 건수만 작년 4765건이다. 전체 신고 건수의 33%로 불법 주정차(5991건) 다음으로 많다. 담당자 1명이 총괄하는데 하루 평균 20건, 많을 때는 40~50건이 접수돼 다른 업무를 전혀 못한다고 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단속에 걸린 사람이 앙심을 품고 하이에나처럼 다른 위반 차량을 찾아 신고하는 경우도 많다"며 "한 사람이 매주 10번 넘게 신고하기도 한다"고 했다.

스마트폰 앱과 문자를 이용한 각종 민원과 신고가 폭주해 담당 공무원과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2012년 생활 불편 신고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불법 광고물, 불법 주정차,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쓰레기 방치·투기 등과 관련해 스마트폰으로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어 신고하면 해당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접수해 민원을 처리한다. 이 앱을 통한 신고 건수는 2012년 7만1032건에서 2016년 105만1564건으로 4년 사이에 약 15배 폭증했다. 대부분 불법 주차와 장애인 전용 주차 위반 신고로 작년 각각 33만1944건, 38만100건이다.

서울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불편을 막기 위해 선의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복성 신고도 꽤 된다"고 했다. "구청 공무원이나 경찰도 아닌데 자기들이 뭔데 신고하느냐"고 항의하다가 "너희도 똑같이 당해보라"면서 보복 신고를 하는 '고질 민원인'이 많다는 것이다. 불법 주차 신고를 당한 한 주민이 하루 종일 승용차를 타고 자치구를 돌며 10여건의 불법 주차 신고를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요즘 취미 생활은 불법 주차 신고' '5년째 700건 이상 신고했다' '신고해서 그 사람이 당혹해할 생각을 하면 짜릿하다' 같은 글이 종종 올라온다. 성남시는 생활 불편 신고 앱을 통한 보복성 및 무작위 신고를 막기 위해 1인 1일 1회 신고로 제한하기도 했다.

경찰도 112 문자 신고 서비스 등을 시작하면서 단순 민원이나 상담 건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서울청 조재광 112 종합상황실 관리팀장은 "전체 신고의 절반 가까이가 층간 소음, 애완견 소음, 자기 집 앞 주차 관련 문제"라고 했다. 단순 민원 상담은 110(정부 통합 민원 서비스)이나 120(시도 민원 신고 센터)으로 문의하라고 안내하면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강력 범죄 출동이 늦어져 피해를 입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밤에 남편이 술에 취해 흉기로 가족을 죽이려 한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관할 지구대 순찰차가 불법 차량 주차 민원을 처리하느라 결국 다른 지구대 순찰차가 현장에 출동해야 했다"며 "경찰이 특히 바쁜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는 단순 민원 상담은 피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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