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블록체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박건형 기자 2017. 5.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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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하는 현재 방식 대신 네트워크 내 모든 컴퓨터에 동시 저장
실시간 정보 흐름 파악 쉽고 해킹도 어려워
가상 화폐 '비트코인'이 첫 상용화 사례
금융·물류 등으로 확대.. 2022년 11조원 시장

2015년 미국 곳곳에서 식중독 환자들이 속출했다. 환자들의 공통점은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인 치포틀레이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 미국 최대의 멕시코 음식점으로 승승장구하던 치포틀레이는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문제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식재료 공급 업체가 너무 많아 추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사이 치포틀레이 주가는 폭락했고 지점은 잇따라 문을 닫았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치포틀레이는 사고 이전의 평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지난 3월 "치포틀레이의 불행은 복잡한 공급망을 갖고 있는 어느 산업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며 "하지만 최근 급부상한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왜 식중독이 일어났는지 곧바로 파악할 수 있고 심지어 예방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작·해킹 불가능한 데이터 기록 방식

블록체인은 1991년 미국 벨코어연구소의 스튜어트 하버가 처음 구상한 디지털 정보(데이터) 기록·저장 방식이다. 현재의 디지털 정보는 대부분 대형 컴퓨터(서버)에 보관한다. 은행 거래 기록은 은행 중앙 서버에, 인터넷 포털의 정보는 포털 업체 서버에 있다. 식당 프랜차이즈나 물류 회사도 각자 보유하거나 임대한 서버에 정보를 보관한다. 데이터가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해커들의 공격을 받거나 오류가 일어나면 치명적이다. 반면 블록체인은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상의 모든 컴퓨터에 정보가 동시에 저장된다. 정보가 생길 때마다 이를 기록한 수많은 복사본이 생겨나는 식이다.

블록체인 전문가인 김영권 삼성SDS 금융컨설팅 팀장은 "정보는 '블록'이라고 불리는 단위로 묶여 시간 순서대로 쌓인다"면서 "만약 해킹을 해서 정보를 조작하거나 돈을 빼돌리려면 모든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을 다 고쳐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블록이 연결돼 있는 만큼 해커가 중간의 몇몇 블록을 지우거나 조작해도 다른 컴퓨터의 블록 순서를 보면 금방 알아채 복구할 수 있다. 특히 중요 기록만 저장하기 때문에 실제로 차지하는 용량도 크지 않다. 10분 간격으로 생성되는 블록 1년치가 쌓여도 10기가바이트(GB)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네트워크 내에 있는 사용자들은 거래 흐름이나 데이터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에 투명성이 보장된다"면서 "물류 업체가 블록체인을 쓴다면 자신의 물건이 어디에서 탑재됐는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중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치포틀레이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이 공급 업체들과 함께 블록체인을 구축하면 식재료 공급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금융 거래 방식도 바꿔놓을 수 있다. 현재 국제 송금은 각각 장부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절차에 2~3일이 걸린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거래 즉시 기록이 동시에 생겨나기 때문에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실제로 바클레이스, JP모건,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는 컨소시엄을 맺고 블록체인 표준을 만들고 있다.

월마트는 돼지고기의 유통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 월마트 제공

◇5년 내 100억달러 시장으로…물류·의료·금융 등 무한 확장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블록체인 시장이 급성장해 2022년이면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도 앞다퉈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월마트는 IBM과 함께 블록체인으로 중국 내에 돼지고기 유통 추적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월마트는 납품된 돼지고기가 어디서 키워졌고 도축돼 어떤 경로로 매장에 들어왔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해운회사 머스크도 블록체인을 선박 물류 시스템에 도입했다. 선적을 발주하는 순간부터 고객사는 물론 항만·세관 등 관계자들이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얻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서류 한 장 없이 블록체인만으로 물류 시스템 전체를 관리할 수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사 딥마인드는 의료 서비스와 블록체인을 결합하고 있다. 개개인의 의료 정보를 블록으로 쌓아두면 의사와 병원은 그 사람의 모든 병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보험사들이 고객들의 사고 이력을 별도로 공유하지 않아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수출입 절차 전반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결제 시스템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블록체인은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개인 간에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정보를 공유하거나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네트워크 내의 모든 사용자가 감시하기 때문에 사기를 당할 우려도 없다. 부동산, 공공 기록 관리, 온라인 투표 등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만 수백개가 넘는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이 블록체인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삼성SDS·LG CNS·SK주식회사 등 IT 서비스 기업들이 금융·유통 업체를 대상으로 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블록체인 확산 1등 공신은 비트코인

블록체인 확산의 1등 공신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이다. 나카모토는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31일 온라인 공개 사이트에 한 편의 논문을 올렸다.

그는 “새로운 개념의 전자 화폐를 개발했다”면서 “정부나 은행 같은 발행·거래 기관 없이 개인 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전자 화폐에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성해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비트코인은 자신의 계좌(지갑)에 담긴 금액을 상대방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거래된다. 익명성을 원하면 30글자 이상으로 만들어진 계좌번호 이 외에는 개인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강력한 암호 체계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전 세계 150개국을 강타한 랜섬웨어(ransomware)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해커 같은 범죄 집단이 악용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은 발행 기관이 따로 없다. 나카모토는 사용자들이 고사양 컴퓨터를 이용해 어려운 연산 문제를 풀어내면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조금씩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트코인이 생겨나도록 했다. 이 연산이 바로 비트코인 사용자들의 거래 내역을 블록으로 만들어 수많은 컴퓨터에 저장하는 과정이다.

올해에만 26만개 매장이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할 전망이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등에는 자신의 계좌에 있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뽑을 수 있는 자동화기기(ATM)도 등장했다.

[블록체인의 특징] 자료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① 만들어진 데이터를 네트워크 상의 모든 컴퓨터에 복사본 형태로 저장

② 별도의 서버 없이 컴퓨터끼리 직접 연결돼 정보(거래 내역 등)를 주고 받음

③ 이용자는 각자 30자 이상의 ID로 표시되며 모든 거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

④ 사용자가 원하면 철저한 익명성 보장

⑤ 저장된 데이터는 시간에 따라 순서대로 쌓이기 때문에 변조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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