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가 있는 아침] 무제시편 203

입력 2017.05.20. 01:40 수정 2017.05.20. 07:20

'섬마섬마', 이 말 한마디가 벼랑으로 기진맥진하며 기어 올라가는 한 포기 에델바이스를 일으키고 지상의 한 슬픈 아가를 일으키고 모든 불쌍한 것들, 가난한 것들, 병든 자들, 힘없는 것들을 일으켜 걸음마 걷게 한다.

그 말 속에는 막 걷기 시작하던 아가에게 "걸음마 걸음마 걸음마" 하고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간절히 말하던 모든 젊은 엄마의 꿈이 들어 있다.

고은은 언제나 고은 이상의 의외성으로 우리 생각을 깨고 세상에 처음 보는 것 같은 찬연한 색채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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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시편 203 -고은(1933~)

저 봐 봄이 온몸으로 오르고 올라 헛디디며 미끄러지며 숨막히며 오르고 올라 저 정상 밑 벼랑에 기어이 몇 송이 에델바이스를 피어놓았다

지상에서는 아기가 섬마섬마로 섰다가 주저앉았다가 다시 섰다

내가 팔짱 끼고도 충분한 하루였다

‘섬마섬마', 이 말 한마디가 벼랑으로 기진맥진하며 기어 올라가는 한 포기 에델바이스를 일으키고 지상의 한 슬픈 아가를 일으키고 모든 불쌍한 것들, 가난한 것들, 병든 자들, 힘없는 것들을 일으켜 걸음마 걷게 한다. 섬마섬마-. 참 좋은 우리말로 추천하고 싶다. 그 말 속에는 막 걷기 시작하던 아가에게 "걸음마 걸음마 걸음마…" 하고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간절히 말하던 모든 젊은 엄마의 꿈이 들어 있다. 은유는 의미의 이동이자 동떨어진 것들을 이어주는 통합의 오작교. 알프스의 순결한 꽃 한 송이와 지상의 한 어린아이가 은유의 연결을 이루며 이어져 식구의 신화를 이루는구나. 고은은 언제나 고은 이상의 의외성으로 우리 생각을 깨고 세상에 처음 보는 것 같은 찬연한 색채를 부여한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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