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예술 - 음악] '틀린' 음악

2017. 5. 20.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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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 '비발디아노'
정경영한양대 교수·음악학자
틀린 음악이 있을까?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묻곤 하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현명하게 이렇게 대답한다. “연주는 혹 악보라는 기준에 비추어 틀릴 수 있다 하더라도 작곡에는 틀린 것이란 없습니다.” 나를 더 깜짝 놀라게 하는 답은 이런 것이다. “어쩌면 어떤 시대의 기준에서 틀린 작곡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그런 틀림이 음악 양식의 발전 혹은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길게 보면 틀린 작곡이란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음악이 다 ‘다를 뿐’이라고 선뜻 말하기는 힘들다. 마치 입맛이 그런 것처럼. 다들 맛없다고 고개를 젓는 식당의 음식을 먹으면서 “정말 맛있다”고 하는 사람에게 “입맛이 나와 다르군”이라고 말하긴 쉽지 않다. 아직 김치 맛을 잘 모르는 조카에게, 홍어찜을 싫어하는 손주에게 “그 녀석, 입맛이 나와는 다르군”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입맛은 변하고 자란다. 때로는 입맛이 잘 자라 그것의 달인이 되기도 한다. 소믈리에처럼.

음악도 그렇다. 입맛처럼 개인의 취향 문제지만 그렇다고 다 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음악이나 음악회는 때로는 잘못 끓인 찌개처럼, 익기도 전에 쉬어 버린 김치처럼 그렇게 덜 익었다.

체코 작곡가 미할 드보르자크가 기획한 ‘비발디아노’. 클래식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했다. [사진 로네뜨]
지난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본 미디어아트 콘서트 ‘비발디아노’는 아쉽게도 덜 익은 공연이었다. 비발디의 음악을 원래 악기가 아니라 전기장치로 음향을 확대한 악기로 연주했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다. 드럼이나 전자기타 같은 악기를 사용했다고 그러는 것도 아니다(첼로 대신 전자기타가 대선율을 연주하는 곡들은 특히 멋지고, 훌륭했다).

문제는 공연 전체였다. 비발디의 삶에 근거한 허구를 줄거리로 삼아 내레이션과 음악, 무대 조명과 효과, 무용이 어우러지는 공연이었으나 이 각각의 요소들은 모두 다 따로 놀았다. 줄거리는 치밀하지 않았고, 내레이션에 이어지는 음악은 그와 전혀 연관성을 갖지 않았으며, 무용은 뻔했고 요란하기만 한 (그리고 아마 엄청난 비용이 들었을) 조명과 효과는 세련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결국 남은 것은 연주자들의 현란한 기술뿐이었으나 그 기술마저 조악하고 천편일률적인 편곡에 묻혀 버렸다.

‘비발디아노’는 음식에 비유하면 여러 가지 재료, 그것도 비싼 재료를 사용했으나 그것들을 잘 버무리지 못한 작품이었다. 충분히 숙성되지 않아 각각의 맛이 따로 노는 것 같은, 그런 작품이었다. 이 재료들 각각은 제법 맛을 낼 가능성이 있는 것이어서 이러한 부조화가 더 아쉬웠다.

요컨대 음악이나 음악회도 때론 틀린다. 거창한 타이틀과 그럴듯한 구호, 비싼 비용을 가지고서도 덜 익은, 덜 성숙한 음악이 그렇다. 음악만 그렇겠는가. 우리가 경험했던 틀린 정치도 그렇다.

나는 고개를 돌려 스스로에게 묻는다. 삶은 어떤가? 그럴듯한 구호와 ‘다르다’는 변명으로 포장한 채 나는 덜 익은, 틀린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두렵다.

정경영 한양대 교수·음악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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