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측 증인 오락가락 진술에 李 재판정 '멘붕'

김성은 기자 2017. 5. 1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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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6차 공판에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 증인으로 나서..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6차 공판에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 증인으로 나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스1

"혼란스럽네요. (증인) 말씀이 바뀌시니까."(형사합의 27부 김진동 부장판사)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명에 대한 16차 공판기일에 특검 측 증인인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의 일관되지 않은 증언에 재판부는 물론 변호인단과 방청석 모두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일성신약 특검 진술조서에서 4가지 보상안 주장=일성신약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옛 삼성물산 주식 330만여 주(약 2.1%)를 보유 중이었다. 일성신약은 합병비율 1대 0.35는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당시 합병에 반대했으며 합병이 성사된 이후 현재 합병 무효소송 및 주식매수청구 가격조종 소송을 내 현재 법정다툼이 진행 중이다.

윤 부회장은 그동안 공개된 특검 진술조서를 통해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과 2015년 7월 13일 만난 자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며 "상속을 통해 승계할 경우 상속세로 재산의 절반이 날아간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재 주식매수청구 가격조정 소송 중인 상황에서 법원에 제출한 진정서와 진술서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 측이 합병에 찬성해 줄 경우 부친인 윤병강 회장에게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위치한 회사 본관을 무상으로 신축해 주겠다고 제안해 온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총수 일가가 일성신약 주식을 9만원 혹은 7만5000원에 사주되 1만5000원에 대해서는 4가지 방안을 통해 추가적으로 보상하겠다고 설득했다"고 주장해왔다.

윤 부회장은 또 "양사 합병에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도돼 움직였다"고도 진술했는데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모두 특검 측이 주장한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들로 거론돼왔다.

◇"상속세 언급했다, 아니다" 진술 오락가락=그러나 이날 윤 부회장은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재판 내내 증언을 번복하거나 불확실한 답변을 늘어놔 그동안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을 갖게 했다.

예를 들어 "김종중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승계'와 '상속'이란 단어가 나온 것은 맞지만 경영권 언급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경영권 승계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상속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곧이어 "상속세를 표현한 것 같고 그렇게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이 은밀한 제안을 해왔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윤 부회장은 "주식매수가격에 대해 삼성과 이야기하기 전인 6월쯤에 미래에셋증권 측에서 연락해와 원하는 매도 가격을 물었고 9만원이라 답했다"며 "그 뒤 삼성증권 측과 만난 자리에서는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판 가격이 7만5000원이니 9만원은 힘들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즉 삼성 측이 먼저 주식매수를 제안해온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일부 증권사와의 논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2015년 6월 이후 일성신약 측과 삼성 측 만남이 혹시 설득의 자리가 아닌 협상의 자리는 아니었는지 의문을 표했다.

윤 부회장은 진정서에 기재한 '9만원과 7만5000원의 차액인 1만5000원에 대해 4가지 방안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발언을 했다.

그는 "4가지 방안은 2015년 7월13일 김신 사장과 김종중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중 사장이 제안한 것"이라며 "당시에는 주식매수청구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4가지 보상방안이라고만 해 당연히 1만5000원에 대한 보상이라고 스스로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

◇신축사옥 얘기는 직접 들은 게 아니라 전해 들은 것=삼성 측이 합병의 대가로 신축사옥을 무상으로 지어주겠다고 한 진술에 대해서도 부친인 윤 회장으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2013년 3월 삼성물산 주택개발팀이 작성한 '용산구 문배동 복합개발 PJT' 문건을 제시하며 "삼성물산은 이미 증인이 언급한 지역에 대해 수년 전에 지하 5층~지상 39층 규모의 건물 신축을 검토했지만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 등을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윤 부회장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외부감사를 받는 삼성물산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시공비를 받지 않는 이런 일을 진행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윤 부회장이 그동안 예상 시공비를 500억, 900억으로 상이하게 진술해온 점도 진술의 신뢰도를 떨어트린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또 합병을 설득하기 위해 김신 사장과 이영호 삼성물산 부사장, 배모 삼성물산 상무 등이 수차례 일성신약을 방문한 것을 예로 들며 미래전략실이 주도가 됐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윤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삼성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반을 결정하는 투자위원회 결정 하루 전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중대 발언에 대해서도 신뢰도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매일 아침 이사회한다"는 대답에 당혹해 한 재판부=2015년 7월 9일, 윤 부회장이 김신 삼성물산 사장에게 "일성신약이 합병에 찬성해도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김신 사장으로부터 "국민연금은 다됐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

변호인단은 "앞뒤 구체적 맥락 없이 '국민연금은 다됐다'는 표현이 삼성물산이 국민연금도 설득해 찬성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야기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며 "이날 증인의 진술 태도로 미뤄 짐작할 때 진술의 신빙성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를 당황케 한 '이사회'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이 "삼성물산 주식 330만주를 팔려고 마음먹었다면, 규모가 큰 만큼 이사회 의결사항인데, 이사회를 열었나요?"라고 묻자 윤 부회장은 "당연히 이사회를 열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사업보고서 기록을 보이며 "2015년엔 이사회가 딱 세 차례 열렸고, 주식매도는 다루지도 않았고 이슈가 됐던 시기에 이사회가 열리지도 않았다"고 재차 묻자. 윤 부회장은 "우리 회사는 매일 아침 이사회를 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한 김진동 판사가 재차 "증인 말씀하신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포함해) 누구누구 참석했나요?"라고 묻자 윤 부회장은 "이사들이 모여서 회의하는게 이사회 아닌가요?"라며, 매일 이사회를 연다고 답해 재판부를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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