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작은 사람들 이야기 들려주는 게 내 문학"

심혜리 기자 2017. 5. 1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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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방한한 노벨상 작가 알렉시예비치

201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9·사진)는 ‘목소리 소설’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참전했던 여성들, 원전 사고를 겪은 이들, 전쟁을 목격한 아이들 등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채집해 논픽션 형식의 소설로 담아왔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마지막 목격자들> 등이 대표작이다.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을 위해 19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이날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산주의와 같은 큰 이념의 민낯을 소박하고 작은 사람들(small people)을 통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논픽션 방식의 소설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가는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면서 “간과되기 쉬운 평범한 사람들의 놀라운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 문학”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증언을 모으는 그의 방식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책 한 권을 쓸 때마다 적게는 200명, 많게는 500명을 인터뷰해야 했고 시간도 5년에서 10년씩 흘렀다. 특히 어려운 것은 “각자의 퍼즐 조각에서 왜곡된 면을 걸러내고 진실만을 남기는 작업”이었다. 알렉시예비치는 이 때문에 한 사람을 인터뷰할 때 5~7차례 찾아가 만났고, 인터뷰 대상자의 삶 전반과 인간의 정신성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억압받는 여성들의 서사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한국도 중국·일본과 마찬가지로 아직 남성들의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내가 만난 주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문단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움직임에 대해 “세월호와 같은 비극적 주제를 세속적으로 다루지 않기 위해선 저널리즘적 접근뿐 아니라 사회학·문학·신학적 접근방식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된 그의 책 <아연 소년들>(문학동네)은 참전 소년병, 그리고 전사자 어머니들의 눈으로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영웅시됐던 국가의 전쟁에 이의를 제기하고 참전군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작가를 법정에 서게 만들기도 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오는 23일 시작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한다. ‘미래에 관한 회상’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그는 자신이 취재했던 체르노빌 사태를 토대로 “체르노빌 이후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서 맞닥뜨리게 될 공포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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