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이수 헌재소장 지명, 약자 지키는 헌법을 보고 싶다

2017. 5. 1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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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신임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 지명자가 현재 헌재소장 대행 업무를 맡고 있어 헌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가지를 강조했다. 헌재 9명의 재판관 가운데 헌재소장을 포함, 재판관 2명의 장기 공석으로 인한 시급성과 새 시대에 부응하는 헌재소장으로서 김 지명자의 적격성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 지명자는 헌법수호 의지가 확고할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신임 헌재 소장이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 시민과 호흡하는 헌재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헌재의 역할은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헌법재판관은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하고, 폭넓은 의견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헌재는 이에 못 미친 게 사실이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는 헌법에 보장된 인권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헌재는 그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김 지명자가 공권력을 견제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소수의견을 냄으로써 헌법적 가치를 실천한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김 지명자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당시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당시 그는 체제 전복 세력이 있다면 형법으로 다스릴 일이지 정당을 강제해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소신을 피력했다. 또 판사 재직 때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추락사 사건’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소수자와 약자 보호를 실천한 그는 헌재 소장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헌재는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헌재는 아직 완전하지 않다.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달리 남성 사법 엘리트들로 채워져 있고 그 때문에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점에서 김 지명자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그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할 것으로 믿는다. 부디 그가 이끄는 헌재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높은 감수성을 지닌 헌법기관이 되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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