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지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다

한효섭 2017. 5. 1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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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의 정체성과 진보언론의 아노미 현상

[오마이뉴스한효섭 기자]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난 대선과정에서 유독 도드라진 현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팬심에 의한 자발적인 정치참여'다. 자발적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인터넷 및 SNS상의 여론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된 것이 특히 주목을 끌었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서울대 폴랩의 발표에서 드러나듯, 실제로 이들은 불리했던 문재인 후보에 대한 언론환경에 분개하여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과거 '알파팀'이나 '십알단' 등에 의해 여론이 조작되던 현상을 막아내며 중도층의 성향의 국민들에게 문재인 후보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랬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최근 진보언론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겨례', '경향', '오마이뉴스' 등으로 대표되는 진보언론에 대한 반격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이들은 문재인 정부와 지지자들에 대한 공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후원 중단이나 절독운동 등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들을 바라보는 진보언론들의 시각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바른정당의 주호영 의원을 비롯한 여러 정치인들과 일부 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팬클럽을 해체하여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의 발언이나 기사 내용을 비판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하여 '아이돌을 지지하는 팬클럽들의 맹목적인 팬심을 갖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팬클럽을 해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팬클럽 자체를 형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이들은 대선 전 문재인 후보를 구심점으로 자발적으로 모여든 자유의지의 결정체들이지, 누군가에 의한 조직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설득하려 하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

트위터나 SNS 등에 올라온 게시물 등을 토대로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유롭고, 의견표출에 적극적이며, 자의식이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누군가의 통제를 받아 움직이지 않고, 자신들의 의지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에 대하여 자신들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자발적으로 정치활동을 한다. 또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스스로 움직인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이들을 이끄는 리더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같은 지지자라 할지라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설득하려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선거 막판 터져나왔던 'PK 패륜집단' 사건에서 보여준 이들의 활동이 그 대표적인 예다. 선거 막판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의 'PK 패륜집단결집' 발언에 대하여, 홍준표 후보 측에서 'PK가 모두 패륜집단이라는 것이냐?'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과거라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바로 사과하고, 사퇴하여 일을 무마하려 했을 것이고, 실제로 문용식 단장은 사과와 함께 사퇴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방법은 중도지지층들의 이탈을 막기엔 부족했다.

이 순간 국면의 프레임을 변환시켰던 것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홍준표 장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장악이었다. SNS에서 시작된 문재인 지지자들의 '홍준표 장인'에 대한 네이버 실시간 검색은 불과 몇 시간만에 국민들의 관심을 'PK 패륜집단'에서 '홍준표의 장인에 대한 패륜'으로 돌려놓았다. 이는 국민들에게 홍준표 후보의 민낯을 제대로 보려준 완벽한 되치기 한판이 되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이런 행동이 조직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일부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특정 검색어와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여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자'는 제안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하였을 뿐이다. 이에 대한 참가 여부는 이 글을 본 사람들의 몫이었다. 누군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참여에 대한 어떤 보상도 불이익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스스로 인터넷 상에서 적극적으로 '홍준표 장인'을 검색했고, 본인의 시간과 노력, 데이터를 소모하며 기사에 대하여 댓글을 다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선 후에도 이런 자유의지의 연장선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통령에 대하여 적대적이거나 공정하지 못하다 판단하는 기사와 언론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촛불혁명'과 '문재인 당선'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성공체험을 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행위가 올바른 민주주의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며, 현재까지는 가장 올바른 민주주의의 실천이자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선도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진보언론의 태도는 아직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그들은 이러한 정치현상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이 알고 있었던 지식의 틀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이해하고자 한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고, 이후 불합리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환경에서 대중의 권리와 야권의 목소리를 지켰다고 자부하는 일부 진보언론인들은 대중들을 계몽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더불어 자신들이 '대중을 훌륭하게 이끌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공격에 대해 '우매한 대중의 무분별하고 광기적인 팬심'이라고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더 이상 대중은 우매하지도 않다

▲ 문재인 당선 예측에 세월호광장에서도 환호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종료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내 세월호광장에 모여 방송사 출구조사결과 발표 생중계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되는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 권우성
최근 발생한, 그 예로 들 수 있을 만한 사례 두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김정숙씨'라고 표기해 논란을 부른 오마이뉴스 사례, 둘째는 개인 SNS에 '덤벼라! 문빠!'라는 글을 써 논란을 부른 한겨레 사례 등이다.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당초 김정숙 여사 표기에 대한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을 통하여 '영어권 국가에는 대통령 부인을 지칭하는 표현 자체가 없'다거나, '호칭 인플레가 적폐', '대통령 부인을 영부인으로 부르는 시대는 지났다는 포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여사도 전근대적인 용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사'라는 표현은 실생활에서 결혼한 나이가 지긋한 여성을 높여쓰는 말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더불어 오마이뉴스의 경우 '씨'를 원칙으로 하되, 시민기자 기사나 문맥 등을 고려해 '여사'를 허용하고 있음을 차후 밝혔다. 그러나 이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완벽하게 설득하지 못했다.

한겨레신문 안수찬 기자의 '덤벼라! 문빠!'란 게시물 역시 '우매한 대중의 어긋난 팬심이 불러온 광기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음을 회피하긴 어렵다고 본다. 비단, 이들이 SNS 상에서 표현하는 문장 및 표현들이 문지지자들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개인들이 느끼는 감정이기에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대중은 우매하지도 않고, 기자들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적지 않다. 촛불혁명과 대선기간에서 나타났듯, 대중은 단순히 언론에서 주는 정보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SNS와 팟캐스트, 방송 그리고 신문기사 등 다양한 정보매체에서 생산하는 정보를 선택하고, 비교분석하고 재생산하여 다른 대중과 공유한다. 개별적으론 기자들에 비하여 지식과 정보가 적을 수 있으나, 이들은 집단지성을 발동해 더 높은 수준의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하여 이러한 발판은 진작에 마련됐으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바빠서, 하루하루 견뎌내기에 힘겨워 정치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행동으로 바뀌기까지 계기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며 대중들은 자신의 정치적 무관심이 자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후 자신의 손으로 나라를 나라답게 바꾸고자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행동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을 기득권과 수구언론뿐 아니라 진보언론들의 공격으로 허망하게 잃었다는 생각에,자신들이 지지하는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더 이상 무지하지도 않고 계몽해야할 대상도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전 세계 민주주의의 최첨단을 걷고 있는 선구자들이고,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 하는 미국과 유럽국가에서도 부러워할 민주화 혁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주체들이다.

이들에 대한 기존 진보언론들의 시각이 오히려 시민의 정치 참여에 대한 패러다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진보언론이 사회 기득권들에 맞서서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중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 삶을 위해서 진보언론들이 큰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것 역시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진보언론에 대한 비판과 질책은 진보언론에 대한 사랑과 기대에 대한 반증이다.

금강경에 '강을 건너면 배를 버려라!'라고 했듯, 더 나은 세계로의 진일보를 위해서는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진보언론이 그 맡은 바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정치환경과 시민참여 그리고 시민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을 선도하기 보다는 그들과 발을 맞추어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수명을 다하는 날,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큰 역할을 담당한 축으로써 진보언론이 시민들의 찬사를 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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