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카드'로 인적 쇄신 물꼬.. 檢 반발 기류 사전 차단

박성준 2017. 5. 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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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장 직급 검사장으로 낮춰/ 사전에 尹 지검장 발탁 염두 둔 듯/'돈봉투 감찰 지시' 검찰 반응에/ 靑 즉각적 인사 단행 '개혁 의지'/ 한국당 "檢 줄세우기 시작" 우려
청와대가 19일 전례없는 파격적인 인사로 검찰 인적 쇄신의 물꼬를 텄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여파로 좌천당했던 ‘평검사’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검찰 내 서열 4위에 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선임한 것이다. 고검장급 자리를 검사장급으로 낮추긴 했지만, 윤 지검장 인선은 기수 서열 문화가 확고한 검찰 조직에 충격을 주면서 인적 쇄신은 물론 사법개혁의 도화선 점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지명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청와대의 검찰 인사는 전격적이었다. 오전 10시12분쯤 청와대 측이 ‘10시30분 국민소통수석 인사 발표’를 언론에 공지할 때만 해도 이 같은 파격 인사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인선 내용 발표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장 직급을 고검장에서 검사장으로 낮춘다’는 배경 설명을 한 뒤 윤 지검장 인사와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좌천성 인사를 발표했다. 춘추관 회견장은 짧은 탄성이 나오는 등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청와대는 이영렬 지검장 등의 사의 표명에 따른 검찰 수뇌부 공백 사태 대응을 인선 이유로 내세웠지만 검찰 인적 쇄신의 시급성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돈봉투 만찬’의 주역인 이 지검장과 안 국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검찰개혁과 연관 짓는 시각을 경계했다. “어디까지나 ‘공직기강’ 차원의 문제이며 검찰개혁은 법무부 장차관 선임 등 시작할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설명이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이기도 했다. 다만 “감찰 지시가 검찰개혁 신호탄으로 해석돼 검찰 측이 다소간의 ‘텐션(긴장감)’을 갖는 건 나쁘지 않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해설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돈 봉투 만찬 사건’의 당사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청사에서 퇴근해 귀가하고 있다. 이들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는 ’감찰중 사표 수리 불가’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의 감찰 지시에 대한 검찰 측 반응이 전해지면서 청와대 기류는 달라졌다. “감찰을 하고, 사표도 안 받겠다는 건 정도가 지나치다”, “검찰 중추에 공백이 생겼다”식의 반응이 검찰로부터 나오자 즉각적인 인사 카드를 꺼내든 격이다. 전날까지 감찰을 충실히 하겠다던 이창재 법무차관이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윤 신임 지검장 인사 전 이 차관 사표 제출 여부를 알지 못했으며 사의 표명 전에 이 차관과 이번 인사에 대한 협의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석인 법무장관을 대행한 이 차관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 청와대 지시로 윤 지검장 승진 및 전보 등을 제청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이 차관이 사표를 제출한 건 윤 지검장 인사에 대한 ‘항의성’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윤석열 대전 고검 검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이재문기자

문 대통령과 청와대 측은 ‘윤석열 카드’를 이미 마련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기자들에 윤 지검장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 공소유지를 해낼 적임자’라고 지목한 부분이 이를 뒷받침한다. 청와대는 지검장 직위를 12년 만에 검사장급으로 낮춘 것이 정치색을 지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윤 검사의 발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검찰개혁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결국 (돈봉투 만찬) 사건 자체가 검찰 인사 문제와 연결되기에 검찰개혁이라는 논의와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적 개혁과 시스템 개혁이 분리될 사안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순실 특검 수사를 맡았던 윤 지검장의 선임은 검찰의 정치 중립화 논란을 낳았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윤 검사는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 의혹 폭로로 지난 정권에서 논란의 중심이 됐던 인물”이라며 “또 하나의 검찰 줄 세우기나 코드인사의 시작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윤 지검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검찰 고위간부들의 물갈이를 위한 것이라면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과거 정권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준·이동수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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