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팩트체커] 역대 헌법전문엔 어떤 내용이 포함됐었나

안병욱 2017. 5. 19. 18: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文 "5.18정신 헌법전문에 넣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하다 눈물을 흘린 유가족 김소형 씨에게 다가가 포옹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헬기 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사진=문재인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Q: 문재인 대통령이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공약도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전문은 그동안 개헌에서 어떻게 바뀌어왔나요? 그리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A: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헌법전문에 5·18 정신을 넣어야한다고 밝혀왔습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새 헌법 전문은 4·19민주혁명,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항쟁, 6월민주항쟁, 촛불혁명 정신을 새겨야 하고 임시정부의 법통도 더해져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넣어야한다는 목소리는 5·18 기념재단 등 관련단체들이 꾸준히 제기해왔습니다.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의 시대정신 반영, 5·18 정신 왜곡·폄훼 방지 등이 이유로 꼽히는데, 먼저 헌법전문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규범력 가진 헌법의 일부

헌법전문은 헌법 본문 앞에 위치하여 헌법의 일부를 구성하고 동시에 헌법 서문으로써 규범적 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의 제정목적, 제정과정, 국가적 질서형성에 관한 이념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 내용과 상호유기적 관계를 가져 하나의 통일된 가치체계를 형성합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전문의 규범적 효력을 인정해 법률이 헌법전문에 위반하는 경우, 해당 법률이 무효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18대 개헌자문위원이었던 박인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전문은 첫째로 헌법 제정의 역사적 배경, 둘째로 앞으로 전개될 본문의 개략적 기본원리 두 가지를 크게 담는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외국 헌법은 보통 헌법전문 없이 바로 본문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섯번 바뀐 헌법전문…4·19, 5·16 포함·삭제 반복, 3·1운동은 줄곧 포함

지난 1948년 제헌헌법 제정 이후, 일부개정과 전부개정을 포함해 대한민국헌법은 총 9차례 바뀌었습니다. 그 중 헌법전문은 5차례 바뀌었습니다.

# 대한민국헌법 전문 내용 모음

지난 1948년 제헌헌법의 전문을 살펴보면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 논란이 되었던 '대한민국 건국' 문제에 대해 제헌헌법은 1948년 당시를 재건이라고 인식했던 겁니다. 제헌헌법에는 이후에도 지속되는 '기회의 균등', '개인의 능력 최고도 발휘', '국민생활 균등 향상', '국제평화 유지 노력', '우리 자손의 안전과 자유·행복을 영원히 확보' 등의 표현이 담겨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1962년 제5차 개헌으로 바뀐 헌법전문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와 5·16혁명의 이념"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승만정부의 부정 선거에서 촉발된 4·19혁명과 그로인한 사회혼란을 수습한다는 명분으로 발생한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함으로써 정권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제헌헌법 전문에 있던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 건립'이라는 표현을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으로 대체했습니다. 제헌헌법의 '단기 4281년 7월 12일'을 '1948년 7월 12일'로 바꾼 점도 눈에 띕니다.

1972년 제7차 개헌 이른바 유신헌법의 전문을 살펴보면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4·19의거 및 5·16혁명의 이념'이라는 표현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입각'이 '계승'으로 바뀌었고,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이라는 기존 표현은 사라지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당시 언론 기사를 살펴보면 유신헌법에 대해 '평화 통일 지향 개헌'이라고 칭한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12·12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1980년 제8차 개헌으로 바뀐 헌법전문을 살펴보면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에 입각"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그 전까지 있었던 '4·19의거와 5·16혁명'은 사라졌습니다.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한 변화로 보입니다.

전두환 정권은 본래 3·1운동 부분도 헌법전문에서 삭제하려했지만 이 움직임을 감지한 독립유공자 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결국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신 유신헌법 때 사라졌던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라는 부분이 재등장했습니다.

민주화 이후인 노태우정부에서 지난 1987년에 개헌한 제9차 헌법전문을 살펴보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4·19혁명이 다시 헌법전문의 내용으로 재등장한 겁니다. 다른 부분은 전두환 정권때와 유사합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5·18은 당시 '5·18 광주 의거'라는 표현으로 헌법 전문에 포함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통일민주당과 민정당의 갈등 속에 삭제됐습니다. 당시 언론 기사를 살펴보면 이 외에도 헌법전문에 '국민저항권', '군인의 정치적 중립' 등을 넣을 지를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5·18 포함 놓고 여야 이견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어떨까요. 개헌이라는 큰 틀에 대해선 이미 뜻을 모아 정치권은 지난 1월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국회개헌특위)를 이미 출범시켰습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국회개헌특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19일 "헌법전문에 손을 대면 헌법개정이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건국에 대해서도 전문수록을 못하고 있는 만큼, 5·18은 역사적 평가가 끝난 다음에 수록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찬성입장입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19일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국정운영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공약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3야당인 바른정당은 "헌법 전문을 고치는 문제는 국민 공감대가 필요한 사항"이라면서 원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1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진행된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어제 5·18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개헌하겠다고 한 것은 뜻밖이었다. 보통 후보시절에 개헌을 말하고 당선되면 개헌을 미뤘는데 '진정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회동에서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넣자는 것에 대해선) 그 점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국회개헌특위 소속이자 지난 18대 국회 때 개헌을 추진하는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서 활동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레이더P와의 통화에서 "(국회개헌특위에서 헌법 전문 내용에 대해 어떤 것을 넣을지)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국민주권주의와 정신이 맞닿는 5.18 정신이 헌법전문에 실리는 것은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헌법 전문가들은 '헌법전문을 포함한 제10차 개헌 내용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현재 국회개헌특위에는 53명의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위가 활동 중인데, 헌법전문만을 따로 담당하는 전문가는 없는 상황입니다.

[안병욱 기자]
[정치뉴스의 모든 것 레이더P 바로가기]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