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 운동하면 지방 태우는 '다이어트 호르몬' 나온다는데..

원호섭 입력 2017. 5. 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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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동안 열심히 걷고 뛰면 200~300㎉ 소모에 그치지만
식욕 촉진 호르몬 수치 줄고 대사속도 높이는 호르몬 늘어
열역학적(열과 에너지를 다루는 물리학) 관점에서 에너지는 사라질 수 없다. 단지 변환될 뿐이다.

다이어트에도 이는 그대로 적용된다. 몸을 움직여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섭취하는 칼로리가 높으면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 다이어트 관련 업체가 "먹으면서 살을 빼는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원리는 단 하나. 식이섬유처럼 소화가 잘되지 않아 열량이 낮은 음식 섭취를 늘리고 몸을 많이 움직여 지방을 태우면 된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은 열역학법칙을 위배할 수 없는 만큼 "기존과 똑같이 먹으면서 살을 뺄 수 있다"는 문장에는 "기존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해야 한다"가 숨어 있다. 그렇다면 운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열량은 어떻게 계산했을까.

애트워터계수를 만든 윌버 애트워터 이스트테네시주립대 화학과 교수는 1880년대에 지금 생각하면 '무식한' 방법으로 운동 시 소모되는 칼로리를 계산했다. 그는 가로 120㎝, 세로 210㎝의 밀폐된 방을 만들어 외부와의 열 교환을 차단했다. 방은 금속으로 둘러쌌다. 사람이 방 내부에 들어가 있으면 체내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공기가 데워지고, 이것이 금속으로 전달돼 발열량이 계산된다.

이 방에 들어가 1시간 동안 걸었더니 200㎉의 열량이 만들어졌다. 이를 근거로 1시간 동안 걸으면 칼로리 소모량이 200㎉라는 값이 나온다. 이 값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칼로리 소모량은 크다. 남성과 여성 간 차이도 존재하고 개인마다 각기 다른 유전적·생물학적 차이 또한 운동 시 소모되는 칼로리 값에 영향을 미친다.

1시간 동안 열심히 걷고 뛰었지만 일반적으로 200~300㎉가 소모됐을 뿐이다. 이는 초코파이 한 개가 갖고 있는 칼로리보다 낮다. 1분 동안 먹은 초코파이 열량을 1시간 동안 뛰어도 빼지 못한다니 절망스럽다.

무작정 살을 빼기 위해 굶으면 뇌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 신진대사량이 떨어진다. 신진대사량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몸 자체에서 쓰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근육이 많을수록 신진대사량이 높아진다. 신진대사량이 떨어지면 살은 더 안 빠지게 되는데, 이때 섭취량을 줄이면 줄일수록 신진대사량이 떨어지고 살은 더 빠지지 않는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이런 와중에 갑자기 폭식을 하게 되면 우리 뇌는 "언제 열량을 섭취할지 모르니 많이 저장하자"는 명령을 내리게 되고 배, 허벅지, 옆구리 등에 지방을 쌓는다.

운동할 때 칼로리 소모가 적을지 모르지만 여러 호르몬이 체내에서 분비되면서 건강하고, 살이 '잘' 빠지게 돕는다. 대표적인 것이 '다이어트 호르몬'으로 알려진 '이리신'이다. 2012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이리신 호르몬은 쥐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운동할 때 근육에서 분비되는 이리신이 혈액을 타고 흐르면서 지방을 태운다. 후속 연구에서 "이리신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하버드대 연구진은 2015년 8월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12주 동안 에어로빅을 한 사람의 혈액에서 이리신이 검출됐다는 논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또한 이리신은 운동량이 적은 사람에게서는 적게 검출돼 '다이어트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운동을 하면 성장호르몬과 아디포넥틴, 에피네프린 등 다양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백색지방을 태우거나 지방세포를 분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유산소운동을 하면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수치가 떨어지고 신체 대사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티록신 분비량도 약 3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굶는 것이 답이 아니다. 김은미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탄수화물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체내 흡수율이 높은 술을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서 유산소·무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만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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