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⑥ 시험대에 선 공안 검사..유지냐 축소냐

2017. 5.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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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축소해 형사부로 편입" vs "수사 특수성 인정해야"
[제작 이태호]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검찰에서 공안부는 특수부와 함께 수사 분야에서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담당하는 공안부 검사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와 유지에서 큰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공안부는 때때로 정치 논리에 휘둘리며 '국민의 안녕'이 아닌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공안부 '축소론' 또는 '폐지론'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온 이유다.

공안부는 박정희 정권을 거쳐 1980∼1990년대 폭발적인 공안 수요에 힘입어 전성기를 누렸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조직과 인력이 축소됐다. 정권 변화에 따라 이른바 '구(舊)공안', '신(新)공안' 등으로 '선수 교체'가 이뤄지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10년간 공안 검사 출신들이 요직에 배치되면서 부활하는 양상을 보였다.

19일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도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공안부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안 검사의 강세 현상은 시대 정신이나 사회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반면 공안 검사 본연의 역할은 시대 변화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며 수사의 특수성 또한 인정돼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유우성씨가 29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에서 선고를 받고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여권법·북한이탈주민보호법 위반,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천565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5.10.29 hama@yna.co.kr

◇ 과도한 검찰권 행사 문제…축소·폐지해야

검찰 공안 조직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검찰권 행사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사례 때문이다.

'서울시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증거 조작 사건'은 대표적인 검찰권 남용 사례로 꼽힌다.

검찰은 2014년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증거를 토대로 유씨를 기소했지만,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공안이 불필요한 건 아니지만, 검찰권이 과잉으로 행사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 형사사건과 똑같이 취급해도 문제가 없다"며 "공안부를 대폭 축소하거나 형사부로 편입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선거, 노동, 학원, 집회와 시위 등을 담당해온 공안부 검사들이 사건을 처리할 때 가지는 '공안 중심 시각' 또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특히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을 비롯한 노동사건 등을 공안부에서 처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법 분야 전문가인 김선수 변호사는 "노동·학원·시민사회를 다 공안적 시각으로 보면서 여러 폐단이 있었다"면서 "공안부는 폐지하고 분야별로 형사부에서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노동 쪽은 전문성이 많이 떨어져 노동부나 노동 전담 검사를 두고 전문성을 갖고 노동법 위반에 대해서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2011년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을 함께 쓴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한국 사회가 냉전 패러다임에서 남북 협력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 중"이라면서 "바뀐 상황에 맞게 공안부 역할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안이 담당하는 여러 기능은 일반적 사건과 동일하므로 사건 특성에 따라서 형사부나 다른 사건 전담 부서로 배치하면 충분해 보인다"며 "최종적인 형태는 공안부의 폐지일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공안부가 지금까지 맡아온 사건들의 성격을 정확하고 실증적으로 분석해 어느 부서에 보내는 것이 좋은지 시뮬레이션해보고, 폐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법익수호 차원서 필요…수사 특수성 인정해야

국가적·사회적 법익수호 차원에서 공안부의 존속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 공안조직이 지금까지 대선 등 각종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고, 노사분규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공안부 출신의 한 검사는 "선거·집회 규제·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국가 안보 등 국가의 공안 기능 자체에 중요성이 있다"면서 "공안 본래의 순기능을 축소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공안사범 수사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도권 검찰청에서 공안부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노사분규, 선거사범, 국가보안법 사범 등 공안사범으로 통칭하는 범죄에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공안 사건은 전국 단위로 통일적인 기준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간첩은 조직범죄 중에서도 가장 은밀하다. 일반 형사범들과 같이 수사할 순 없다"면서 공안부 폐지론에 대해선 "공안사범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다만 "마치 공안 검사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잘못된 태도들이 있다"면서 "공안부 검사들은 무엇보다 적법절차를 준수해 수사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녀야 한다"고 밝혔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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