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불거진 '검은 예산' 특수활동비..수술대 오를까

구경민 김성휘 , 노규환 인턴 기자 2017. 5. 19.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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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검은 예산' 특수활동비]우병우 특활비 수수 의혹 제기

[머니투데이 구경민 김성휘 , 노규환 인턴 기자] [[the300][런치리포트-'검은 예산' 특수활동비]우병우 특활비 수수 의혹 제기]

불과 2년 전이다. 특수활동비가 여의도 국회를 흔들었다.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의 발언이 출발점이었다. 홍 지사가 여당 원내대표 시절 매달 받은 국회 활동비로 4000만~5000만원을 받았는데 그 중 일부를 생활비에 썼다는 고백(?)이었다. 그러자 당시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받은 돈을 자녀 유학비로 썼다고 고백했다. 국회는 발칵 뒤집혔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개선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검찰의 특수활동비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개혁과 맞물려 특수활동비도 손질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정원·국방부·경찰청…특활비 예산 90% 집중=올해 정부는 특수활동비로 8990억원을 편성했다. 국회에도 국회의장,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등 국회 보직자들에게 매년 80여억원의 특수활동비가 지원된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처리를 할 필요가 없고 구체적인 사용내역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묻지마 예산' '검은 예산'으로도 불린다. 사적 유용 가능성이 높은 돈으로 분류된다.

18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 때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특수활동비로 확정된 예산은 8870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59억3400만원 증가했다. 또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모두 8조5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쓴 정부기관은 국가정보원(4조7642억원)이었고 국방부(1조6512억원) 경찰청(1조2551억원) 법무부(2662억원) 청와대(2514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4년 새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국세청이다. 국세청은 2011년 9억5400만원에서 2015년 54억4900만원으로 5.7배 늘었다. 국회의 특수활동비는 같은 기간 88억7900만원에서 84억4100만원으로 4억3800만원 줄었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제외됐다가 올해부터 3억원이 편성됐다. 부처 통합 특수활동비 추이를 보면 박근혜정부 들어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 8441억7300만원이었던 특수활동비는 올해는 8810억6100만까지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약 161억원, 올해 139억원 증가했다.

◇특수활동비 끊이지 않는 논란=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은 국회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해왔다. 특히 특수활동비가 전체 예산의 50% 이상이 책정되는 국정원을 비롯해 예산규모가 큰 국방부, 법무부 등의 사용내역이 주로 도마에 올랐다. 2007년 5월10일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부산시의회 의장 등 유력 인사들과 저녁식사비 등으로 600여만원을 쓰고 공식 업무추진비 한도액(400만원)을 넘는 200여만원을 특수활동비로 처리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사비 처리했다.

2009년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노무현정부 시절 2005~2007년에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차명계좌에 빼돌린 혐의로 구속돼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09년 11월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은 출입기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특수활동비로 기자들에게 50만원이 든 봉투 8개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 총장은 2년 뒤에도 검찰총장과 검찰 고위 간부가 참석한 워크숍에서 9800만원 특수활동비를 검찰 간부들에게 격려금으로 나눠줘 물의를 빚었다.

2010년 9월 당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신 후보자가 문화부 제2차관 재임 시절 13개월간 1억9000만원에 이르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특수활동비가 주로 개인 유흥과 골프접대비로 사용됐다는 제보가 전해져 논란이 일었다. 2011년엔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이 2008년 재직시절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5000만원을 처남 명의 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2013년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에서는 국가정보원이 불법 대선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 김모씨의 댓글작업에 동원된 '알바'(아르바이트)에게 월 280만원씩 11개월 동안 3080만원을 특수활동비로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기재부는 특수활동비 예산편성 때 오남용을 막겠다고 선언했으나 특수활동비 예산은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2001년 4954억원이었던 특수활동비 예산은 2015년 8810억6100만원으로 77%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규모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업무성격에 따라 특수활동비가 실제로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고, 사용내역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용처나 규모의 적정성을 따지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2년 동안 제도 개선 '제자리걸음'=2년 전 특수활동비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제도 개선이 추진됐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렀다. 국회에 따르면 정부 및 국회의 특수활동비 관련 법안으로 '국회의원윤리실천특별법안'과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폐지법안'(국정원 특례폐지법) 등이 제출됐지만 19대 임기만료로 자연 폐기됐다.

법안의 제13조 '국회의원 활동비용 공개' 조항은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일반에 공개하는 내용이다. 이 조항에서는 의원들이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급받은 비용의 사용내역을 국회의장에게 항목별로 제출하고 의장은 이를 일반에 공개하도록 했다. 해당 법안에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국회의원 세비 심사위원회의 설치' 조항도 담겨 있다. 하지만 심도 있는 논의도 시작되지 못한 채 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특수활동비 비중이 가장 큰 국정원을 견제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었지만 역시 19대 때 처리가 계류되면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 법안은 국정원이 기재부로부터 매년 받고 있는 4000억원대 예비비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2년 전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도 특수활동비의 투명성 증진 방안 마련을 국회사무처에 지시했다. 공금이자 국정수행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정 의장의 판단에서 이뤄진 일이다.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2년 동안 어떠한 대책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과 통화에서 "특수활동비 개선 방안과 관련, 어떠한 사안도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수활동비 성역 새 정부에서 깨질 수 있을까=2년 전 국회에서 제도 개선에 착수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특수활동비 문제를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활동비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는 만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서는 의원들의 수당 사용내역 공개로 정권교체까지 이뤄진 사례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새 정부를 맞은 지금, 적폐청산에 대한 정부와 국민적 열망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책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특수활동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정보기관을 제외한 청와대, 법무부, 감사원, 국세청, 미래창조과학부, 통일부, 국민안전처, 관세청,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 외교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또 "정보기관의 특수활동비도 예산을 축소하고 국회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특수활동비 오용을 철저히 조사해 사적으로 이용한 특수활동비는 환수하고 세금횡령죄로 처벌할 것"을 주문했다.

구경민 김성휘 , 노규환 인턴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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