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청테이프에 '발암' 침목, 안전 팽개친 코레일

함종선 2017. 5.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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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사회1부 기자
“신도림역 갈 때마다 냄새가 심하던데 이런 짓 한 사람들 모조리 구속하고 원상 복구해라.”

“‘안전에 문제없다’고 하는 코레일 직원들을 신도림역 승강장에 매일 몇 시간씩 세워 놓아야 한다.”

1급 발암물질이 함유돼 재활용이 금지된 폐침목을 코레일이 재활용해 신도림역 등의 ‘ITX-청춘’ 열차용 승강장과 승강대를 만들었다는 보도(본지 5월 18일자 10면)에 달린 독자 댓글이다.

기자도 처음 제보를 접하고 ‘설마’ 했다. 그런데 취재해 보니 제보대로였다. 코레일은 취재 초기엔 “폐침목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고 유해성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증거 사진, 그리고 발암물질 유해성을 경고한 관련 법조문 등을 기자가 제시하자 “공사 비용을 아끼면서 서둘러 공사하다 보니 폐침목을 사용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취재가 본격화되자 코레일 측은 부랴부랴 전문기관에 측정을 의뢰해 유해성이 밝혀지면 폐침목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보도가 없었다면 승강장에서 코를 찌르는 냄새가 폐침목 때문이라는 것을 국민은 까맣게 모를 뻔했다.

ITX 열차의 누전차단기 역할을 하는 주 회로 차단기에 작업자들이 청테이프를 붙이는 장면. 오른쪽 사진은 ITX-청춘열차 전용 승강대를 만드는 데 재활용된 폐침목. [사진 독자·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의 안전 불감증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엔 코레일이 불량 누전차단기를 제대로 수리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청테이프를 두른 채 열차를 운행한 사실이 알려졌다(본지 4월 28일자 14면). 보도 직후 한 독자는 누전차단기에 불이 났을 당시의 열차 사진을 메일로 기자에게 보내왔다. “열차 외부의 사람이 없는 곳에서 불이 났기에 망정이지 열차 이용객이 많이 모이는 역이었으면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우려에서였다.

코레일은 지난해 5월 홍순만 사장이 취임한 이후 새로운 사업을 많이 벌이고 있다. 2층 KTX열차를 개발 중이며 길이가 1.2㎞인 80칸짜리 장대열차도 시험 운행하고 있다. 사당역과 경기도 광명역을 오가는 KTX셔틀버스도 도입했다. 이 밖에도 올해 광명역 공항터미널도 개장할 계획이다.

새로운 사업들을 서둘러 진행하게 돼서일까. 이번의 ‘폐침목 승강장’ ‘청테이프 누전차단기’ 같은 안전 불감증 사례가 잇따른다. 홍 사장도 취임 초기엔 안전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반복되는 열차 사고와 장애로 코레일의 안전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사장 직속으로 안전관리 조직을 운영하는 등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안전은 새로운 사업의 뒷전으로 밀린 듯하다.

열차는 한번에 수백 명을 실어 나르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사고가 나면 자칫 대형 인명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 홍 사장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취임사를 다시 꺼내 읽어보길 바란다.

함종선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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