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태어난 저를 보러왔다 숨진 아버지, 사랑합니다"

박유미.안효성 입력 2017. 5. 19. 02:20 수정 2017. 5. 1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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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김소형씨, 사연 읽고 돌아서자
문 대통령, 20m 넘게 쫓아가 포옹
"울지마세요, 부친 묘 함께 참배합시다"
기념식에 역대 최대 1만명 참석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정우택 "국민 합의 없었다" 안 불러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다. 5·18 유족인 김소형(37)씨의 사연을 들으면서다.

‘5·18둥이’인 김소형씨는 “만약 제가 그때 태어나지 않았으면 아빠와 엄마는 지금도 참 행복하게 살아계셨을 텐데”라며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의 모든 아버지들이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갈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 주셨음을. 사랑합니다. 아버지”라며 눈물을 쏟았다.

김씨의 부친인 김재평씨는 1980년 5월 18일 소형씨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근무지인 전남 완도에서 떠났으나 광주 외곽이 봉쇄된 탓에 20일에야 가족들을 만났고 다음 날 광주광역시 화정동 동생 집에 있다가 계엄군의 총탄에 맞았다. 당시 29세였다.

김소형
문 대통령은 글을 낭독하고 연단을 떠나던 김씨를 쫓아갔다. 20m 지나서야 기척을 느낀 김씨가 몸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김씨를 포옹하며 “울지 마세요. 기념식 끝나고 아버지 묘소에 참배하러 같이 갑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김씨와 함께 김재평씨 묘비를 찾았다. 김씨는 이후 언론에 “아버지가 온 것처럼, 아버지가 안아 준 것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은 광주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각 부처 인사와 정치인, 시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4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었다”며 “그 부채감이 민주화운동에 나설 용기를 줬고 그것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 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읽는 동안 참석자들은 23회에 걸쳐 박수를 보냈다.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장현 광주시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정 대행은 기념식 후 “제창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기념식에서는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참석자들이 일어서서 두 손을 맞잡고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문 대통령의 왼편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오른편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씨가 자리 잡았다.

여야 정치인들도 서로 두 손을 맞잡았다. 이날 기념식엔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제창 때 정우택 권한대행과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동참하지 않았다. 정 대행은 이후 기자들에게 “제창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창이 끝난 후 추 대표는 “속에 있는 어떤 막힌 것이 훅 나오는 느낌”이라 했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기념식을 통해 구현되는 모습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 같아 감동”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해 일반인석에서 기념식을 지켜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참 기쁜 일”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연설을 할 때 박수를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차를 타고 기념식장 근처까지 갔던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민주의 문’ 앞에 내려 300m를 걸어 가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방명록에는 ‘가슴에 새겨 온 역사, 헌법에 새겨 계승하겠습니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선기간 중 안 전 대표를 지지했던 가수 전인권씨가 부른 ‘상록수’도 따라 불렀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날 기념식은 53분간 진행됐다.

광주=박유미·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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