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화문 대통령 시대' 앞둔 공무원들 소곤소곤 뒷담화 들어보니

염태정 2017. 5. 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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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오는 광화문 시대..광화문 청사 공무원의 말말말
"조심스런 공무원들 스타일상 대통령이 근처로 오면 위축될듯"
광화문 떠나 세종청사 가길 은근히 기대하기도
"세종시에 가면 아파트 우선분양권도 챙겨준다던데"
"미래부가 세종으로 갈테니, 금융위는 과천으로 가지 않을까"
"세종시엔 지금 입주 공간 없으니 한동안은 서울에 있을 수도"
"대통령이 광화문 오면 불편은 하겠지만 감수해야"
"공약 지키는 건 좋지만 경호문제 어떻게 할 지 궁금해"
행자부 측 "내부검토중이나 구체안 결정된 거 없다"

“세종청사로 옮겨가는 것을 모두가 다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요즘 세종시 생활여건이 이전보다 좋아졌다잖아요. (공무원에게) 세종시 아파트 분양우선권도 준다니 그런 건 분명히 메리트죠.” (정부서울청사 본관 근무 공무원)

“조심스러운 공무원들의 스타일상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서 광화문) 근처에 있다면 솔직히 좀 위축되지 않을까요. 건물 간 또는 건물 안에서 이동도 어려워질 수 있을 겁니다. 소통 차원이라지만 경호인력에 둘러싸이고 시민 접근이 어려워지면 ‘도심 속 섬’이 될 우려도 있죠. ” (정부서울청사 별관 근무 공무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 청산을 강조하며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사진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도 강조한 ‘광화문 시대’는 이젠 광화문 정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현실이 되고 있다. 공무원들은 요즘 삼삼오오 모이면 ‘광화문 시대’에 대해 소곤거린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오면 대부분 지금 청사 건물에서 방을 빼야 할 텐데 가면 어디로 갈 것 인가, 광화문에 집무실을 두는 게 맞기는 한 것이냐, 세종시로 내려가면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나, 혼자만 가야 하나 등 대화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에 광화문 집무실 공약에 대해 ‘2017년에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2018년 예산에 반영해 2019년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공무원들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대통령이 워낙 '광화문 시대'를 강조하고 있어 이전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통령 집무실로 가장 유력한 건물은 정부서울청사 본관(19층ㆍ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209)이다. 이 건물에는 행정자치부ㆍ통일부ㆍ여성가족부ㆍ금융위원회 등이 입주해 있다. 외교부가 청사로 쓰고 있는 정부서울청사 별관(18층ㆍ서울 종로구 사직로 8길 60)도 유력한 후보로 언급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어디로 갈 것이냐. 행자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세종시 이전과도 맞물려 있다. 따라서 세종시가 이전 지역으로 주로 거명되지만 과천도 자주 언급된다. 과천을 거론할 땐 공무원들 얼굴에 ‘희망’도 느껴진다. 지리적으로 사실상 서울생활권이고 교육·환경 등 생활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한 중간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면 정부서울청사 본관을 비워줘야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경호 문제도 있고 하니 상당 부분을 비워야 할 거다. 대통령 집무실과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건 우리도 솔직히 부담스럽다. 그럼 금융위는 어디로 가게 될까. 일단 미래부가 세종시로 가는 건 확실해 보인다. 그럼 과천청사가 비지 않을까. 그 자리로 들어가면 딱 맞을 듯하다.”

행자부 공무원들은 대부분 시기가 문제일 뿐이지 세종시로 간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서울을 떠나는 걸 행자부 공무원들은 대체로 꺼리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당장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행자부의 한 간부는 “지금은 세종시에 행자부가 들어갈 공간도 없다. 세종시로 이사한 인사혁신처도 민간 건물에 세들어 있을 정도다. 새 청사를 마련하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당분간은 서울에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 본관과 별관(왼쪽). 본관에는 행정자치부ㆍ통일부ㆍ금융위원회 등이 입주해 있다. 별관은 외교부 청사로 쓰인다. [중앙포토]
또 다른 간부는 “아이들 다 키운 사람들을 중심으로 세종시로 가는 걸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세종시 생활여건이 요즘 많이 좋아졌고 아파트 분양에 우선권을 줄테니 그것도 메리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세종시 아파트 값이 상승세니 분양을 받으면 이득이 될 거란 얘기다. 대통령 경호ㆍ비용 문제를 고려할 때 광화문 집무실이 과연 맞는 선택이냐도 논란거리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찬반이 나뉜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옮기면 경호 등 여러 측면에서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과의 소통 강화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고 경호시스템을 바꾼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청와대에 가보면 미국 국무부보다 자유롭다. 미국 국무부는 민원인이든, 타부처 공무원이든 방문하면 해당 사무실 외에는 출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바깥은 엄청나게 찬바람 날 정도로 경비하고 권위적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맘대로 다닐 수 있다.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내실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은 “광화문으로 옮기는 공약을 지키는 것은 괜찮지만 경호 문제, 그리고 유사시 북한의 공격을 받을 상황에 대한 방어 문제는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특히 청와대는 북악산이 북한 방사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광화문 청사는 북악산과 같은 자연 방어물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것(대통령 안전)을 희생하고도 국민과의 소통을 하시겠다는데… 나 같은 공무원이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위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청사 관리 주무부처인 행자부 측은 “청사 이전에 필요한 관련 사항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염태정ㆍ차세현ㆍ한애란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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