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5·18 폄훼·왜곡 바로잡고, 국가 '통치 이념'으로 격상

이세영 입력 2017.05.18. 22:46 수정 2017.05.18. 23:56

문재인 대통령의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는 '1980년 5월 광주'가 문재인 정부의 '민주적 정통성'을 구성하는 '살아 있는 역사'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공을 들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공고화' 단계에 들어선 것처럼 인식됐던 한국 민주주의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결손'과 '퇴행'을 겪어온 것에 대한 반성과 위기의식이 '5·18의 현재화'라는 대통령의 의지로 표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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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 규정
MB정부 이후 '5·18의미' 부단히 훼손
발포의 진상과 책임규명 의지 표명
추미애 대표 "특별법 통해 진상규명을"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왼쪽 다섯째),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의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는 ‘1980년 5월 광주’가 문재인 정부의 ‘민주적 정통성’을 구성하는 ‘살아 있는 역사’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념사에서 후보 시절 약속했던 ‘5월 정신의 헌법 전문 기입’과 ‘진상 규명’을 거듭 강조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유가족과 피해자를 ‘위무’하는 차원을 넘어 2008년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부단히 폄훼돼온 5·18의 의미를 재정립해 민주주의에 대한 긍정과 확신을 모든 지역과 세대에 확산시키겠다는 다짐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뜻은 5·18을 “지금도 살아 있는 현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라고 규정한 기념사 초반부의 언급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공고화’ 단계에 들어선 것처럼 인식됐던 한국 민주주의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결손’과 ‘퇴행’을 겪어온 것에 대한 반성과 위기의식이 ‘5·18의 현재화’라는 대통령의 의지로 표현된 것이다. 이 점은 “5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를 “용납될 수 없는 일,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대목에서도 확인된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 역시 주목되는 부분이다. 적나라한 국가폭력에 ‘시민’의 이름으로 항거한 5·18 정신을 정치공동체의 최고 규범인 헌법의 머리말에 담겠다는 것이다.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을 원천 차단하면서 그 정신을 국가의 ‘통치이념’ 단계까지 격상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도 했다.

5·18의 의미에 대한 문 대통령의 거듭된 환기는 ‘풍문’으로 떠돌다 최근 실지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난 전남도청 앞 헬기 사격 등 1980년 5월 당시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밝혀내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한겨레>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5공 전사>를 통해 발포를 결정한 신군부 수뇌부 회의에 전두환 당시 합수부장이 참석했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지만, 무력 진압의 전말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나아가 최근 ‘일베’와 일부 극우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북한군 개입설’ ‘시민군 선제 발포설’ 등이 확산되면서 진상 규명의 필요성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념식 직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 규명 입법 노력을 협치의 가능성을 가늠할 첫번째 과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특별법을 통해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한 대목에선 2012년 대선 패배와 2016년 총선을 거치며 현 집권세력과 관계가 소원해진 호남에 대한 안타까움이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광주시민들도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 달라.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의 재공고화’를 위해 1987년 민주화와 1997년·2002년 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민주화 블록’의 복원에 동참해 달라는 뜻이다. ‘호남’과 ‘비호남 개혁세력’이 견고하게 손을 잡는 ‘최대 민주주의 연합’에 대한 정치적 호소인 셈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