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에는 반드시 불가역적인 검찰개혁을 하자

검찰의 타락상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 사건’은 검찰의 도덕적 인식이 일반인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검찰개혁 여론이 들끓어도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음을 이 사건 하나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18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감찰을 받고 있다. 사표 수리로 사건을 덮지 않고 일벌백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최측근인 안태근 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관장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2년 넘게 맡고 있다. 안 국장은 검찰 수사 대상이던 우 전 수석과 수백차례 통화한 사실이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정상적인 검찰이라면 안 국장을 수사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맡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그를 수사하지 않았다. 돈봉투 만찬은 우 전 수석에 대한 불구속 기소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마무리된 지 나흘 뒤인 지난달 21일 이뤄졌다. 만찬에서 안 국장은 특수본 간부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씩 건넸고, 이 지검장은 답례로 법무부 검찰국 1·2과장에게 100만원씩 격려금을 줬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행위는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수사 검사가 피의자를 봐준 뒤 사후에 돈을 받은 셈이어서 뇌물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사건이 처음 한겨레에 보도된 뒤 이들이 보인 ‘검찰과 법무부가 밥 먹고 소통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이었다. 무소불위 권한에 취해 도덕적·법적 판단에 마비가 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 지시이긴 하지만 ‘셀프’나 마찬가지인 이번 감찰을 시민들이 인정해줄지도 의문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사활을 걸고 이 지검장과 안 국장 감찰에 임해야 한다. 자금의 출처로 알려진 특수활동비의 적법 집행 여부도 따지고, 만약 장관 부재 상태인 법무부에서 이창재 차관(장관 대행)의 허락을 받고 검사들에게 돈을 건넸다면 이 차관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역대 정부마다 검찰개혁을 시도했지만 검찰의 강력하고도 조직적인 저항에 매번 무산됐다. 설득이나 대화를 통해 검찰을 개혁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향후 1년은 한국 역사에서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검찰개혁의 호기이자 적기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정의롭고 ‘공익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와 수사·기소권 분리 등 각종 제도 개혁과 부패 검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으로 검찰을 확실히 주권자의 편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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