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음악과 미술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 온 솔비가 이번에는 '여성'을 소재로 한 음악, 퍼포먼스를 들고 돌아왔다.

솔비가 기획한 '하이퍼리즘'(Hyperism) 시리즈 첫 번째 미니앨범 '하이퍼리즘:레드(Red)'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 내 언타이틀 전시장에서 열렸다.

'하이퍼리즘'은 솔비가 만든 신조어다. 그는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로 인해 현대인들의 욕망과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 속 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반대로 나타날 상대적 박탈감, 상실감 등에 대한 시대적 현상을 '하이퍼리즘'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소속사 이정권 대표는 "요즘 시대는 콘텐츠의 홍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콘텐츠가 많이 공유 되는데 그런 것들을 해소하지 못하면 우울증 등 병이 온다. 예전에는 밥 한 끼만 먹어도 행복했는데 요즘은 스테이크를 먹어도 행복하지 않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솔비가 영어사전을 찾다가 '하이퍼리즘'이라는 단어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시리즈 형태로 발매될 '하이퍼리즘'은 이러한 부정적 현상을 음악으로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기획됐다. 그 시작이 된 '레드'에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삶을 음악에 담았다.

이날 솔비는 앨범의 타이틀곡 '프린세스 메이커'와 수록곡 '마마' 두 곡을 부렀다. 이어 곡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우선 타이틀곡에 대해 솔비는 "처음에는 '프린세스 메이커'와 '마마' 중 타이틀을 무엇으로 정할까 고민을 했다. 그 중 내가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타이틀로 하는게 좋겠다 싶어서 '프린세스 메이커'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 내가 가수를 꿈꾸던 때를 생각했다.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는 상상을 했다. 그런데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예전에 내가 꿈꿨던 것은 가수가 아닌 스타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가수가 아닌 스타로서 화려해지고 싶었다. 나도 그런 꿈의 노예였던 것 같다. 회사가 시키는대로 하고 회사 말을 따랐다. 나 역시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랬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러다 보니 내가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외면을 받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니까 나는 없고, 내가 꿈꿨던 스타, 꿈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다시 한 번 나를 생각했을 때 하고자하는게 다가 아니다는 것을 느끼며 나를 찾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예전에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다. 사실 요즘 아이돌도 그렇고 젊은 친구들이 K팝스타를 꿈꾸고 스타를 꿈꾸지 않느냐.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프린세스 메이커'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스타를 꿈꾸고 싶은 어린 친구들은 있지만 그것에 비해 진짜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가사를 썼다. 공주라는 로망 속 살다가 막상 공주가 되면 그 속에 갇힌, 억압된 삶이 싫어지지 않느냐. 그런데 우리 모두 그렇게 사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게 현대인들의 삶에 투영되지 않았을까 싶어 이런 가사를 썼다"고 강조했다.

'마마'에 대해서는 "가수를 꿈꿀 때 엄마는 늘 반대를 하셨다. 그래도 내가 굳이 추진을 했다. 미술을 할 때도 잘하고 있는 걸 계속 하지 굳이 왜 미술을 하냐며 말렸다. 그러에도 나는 지금 하고 있다. 내가 김제동의 '톡투유'에서도 말한 적이 있다. 자식이 뭔가를 할 때 진짜 용기를 못 내는 건 자식이 아니라 부모다. 그런 마음으로 믿어주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그런데 엄마도 그만큼 소녀일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항상 자녀를 생각하며 불안해 하고 조마조마해 하는 그 마음이 내게 영감을 줘서 엄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모든 세상에 존재하는 엄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로 썼다. 신나는 곡이면서 뭉클해지는 곡이니 가사를 많이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솔비는 이날 신곡 소개와 함께 라이브페인팅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앨범 5번 트랙에 수록된 '레드'에 맞춰 남자 무용수 4명과 함께 퍼포먼스 페인팅을 펼쳤다.

가수 솔비와 화가 권지안, 두 개의 이름으로 활동을 해온 솔비는 그동안 음악과 미술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해 왔다. 이번 앨범에서는 음악, 미술을 넘어 영상, 패션, 안무까지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이 상상한 '하이퍼리즘' 세계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번 퍼포먼스에 대해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느끼는 현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거다. 늘 상처를 받지 않느냐. 퍼포먼스 중 남성들이 또 내가 나에게 과격하게 대하고 이렇게 하는 부분들은 그동안 내가 받아왔던 상처에 대한 폭력적인 면을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살아가게 되고, 그런 과격한 폭력 속에서도 나는 희망을 갖고 사려고 노력했다. 많은 여성들이 그런 상처를갖고 있지만, 덮으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메시지가 담긴 퍼포먼스이지만 음악과 미술의 콜라보 자체가 생소한 대중에게는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솔비는 '뚝심'으로 이를 이겨낼 생각이었다.

솔비는 "퍼포먼스 셀프 콜라보레이션 시리즈가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난해하다고 볼 수도, 왜 저런 걸 하냐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자체가 나고 내 정체성이라서 누군가를 이해시킨다라는 것까지 생각을 하면 뭔가를 시도하는 것은 어렵고 하니 그냥 분리해서 생각을 해주면 좋겠다. 미술은 미술, 음악은 음악"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프린세스 메이커'로 음악 프로그램 등도 하는데 더 진하게 분리해서 가고자 하는 방향을 더 정확히 보여드리고 싶다. 꾸준히 하다 보면 접점이 생겨서 언젠가는 희석시킬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 누군가가 받아들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하고자 하는 내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 꾸준히 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솔비는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1년간 3개의 미니앨범이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가진 정규 앨범을 완성할 계획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