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번째 '슬픈 생일'..유가족에 '아빠의 품' 빌려준 품격

정원석 2017. 5. 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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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태어나자마자 총격으로 아빠를 잃었던 유가족 김소형 씨의 사연이었습니다. 김소형 씨의 편지 낭독이 끝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연단에 올라 김 씨를 위로했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울음을 삼키느라 말이 시원하게 나오지를 않습니다.

5·18 당시 총격으로 숨진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을 겨우 마치는 순간, 자리에 앉아 눈물을 훔치던 문재인 대통령이 연단으로 올라옵니다.

돌아가던 김소형 씨를 불러 세우더니 지그시 안아줬습니다. 지켜보던 사람들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오늘은 김 씨가 태어난 날이기도 했습니다.

전남 완도 수협에 근무하다 딸 출산 소식에 광주를 방문했던 부친 김재평 씨는 영문도 모른 채 계엄군 총탄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이후 소형 씨는 생일에 아버지의 빈자리를 37년간 되뇌어야 했고, 이 이야기는 오늘 기념공연 무대에 오른 '슬픈 생일'의 모티브가 됐습니다.

그에게 문 대통령이 내민 팔과 어깨는 듬직한 아버지와도 같았습니다.

[김소형/5·18 유가족 : 아빠가 살아계셨으면 이 정도 모습에, 이 정도 키에…그런 생각이 잠깐 스쳐 가더라고요.]

지난 정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고 행사 격을 낮추자 시민사회는 더이상 정부를 믿지 않았지만,

[박현옥/5·18 유가족 : 그 노래 한 곡을 못 부르게 해서 따로따로 기념식이 치러지는 그런 비극적인 상황도 있었는데, 너무 흐뭇하고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이번 기념식을 통해 쌓인 담도 함께 허물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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