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국 신설..상위 대기업에 더 엄격하게 법 집행"
재계는 기대반 우려반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첫 간담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공정위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성급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소신을 다시 확인했다. 순환출자의 가공자본 창출력과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에 대한 교수 시절의 문제 인식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재벌 개혁 방향과는 맞지 않다는 게 김 후보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9만5000여 개의 순환출자를 해소한 롯데그룹도 아직 지주사 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새 정부의 공정위는 순환출자 해소 대신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자산 순위 상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없던 규제를 새로 만들지는 않지만 불공정행위를 과거보다 면밀하게 감독하고 무겁게 처벌한다는 의미다.
김 후보자는 "대선 과정에서 '4대 그룹'이라고 규정했지만 4대 그룹 외에도 롯데 등을 포함해 자산 순위 상위 대기업에 정책 목표를 맞출 것"이라며 "공정위의 법 해석과 집행 재량권을 활용해 4대 그룹의 사안을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를 위해 '기업집단국'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조사국이 부활하는 것이지만 오늘부터 기업집단국으로 부를 것"이라며 "조사 기능과 함께 경쟁제한성 등을 분석할 수 있도록 경제 분석 기능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시민단체에 몸담았을 때와 정부의 일원이 된 지금은 입장이 다르다"며 "경제개혁연대 등에서 주장했던 모든 정책을 현 정부에서 실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는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공정위원장 자리에서는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개혁에 치중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정된 이후에 강경할 것이라는 우려와 예전과 달리 말랑말랑해졌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며 "개혁 의지만큼은 변화가 없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현실적인 개혁을 추구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계를 중심으로 한 우려에 대해 그는 "재벌 개혁 전도사로 불린 지난 20년간 재벌을 해체하자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며 "개혁을 통해 재벌을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대리점 거래 관행과 갑질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도 내비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가 시급하지 않다는 게 후보자의 생각이더라도 결국 법 개정의 키를 쥔 것은 국회"라며 "지난해 총선 때부터 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했던 여당에서 선명성 경쟁을 할 경우 언제든 순환출자 해소 이슈가 고개를 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속고발권 존폐와 관련해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밝힌 것과 같이 공정위의 집행체계 전반을 개편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고발이라는 형사적 규율 이전에 공정위의 행정규율과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 등 민사규율 등의 집행 영역이 있다"며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의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한 다음 고발권을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폐지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도의 공정거래센터와 같이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분담하는 방법도 찾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성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기간에도 학교 강의는 계속할 것"이라며 "일정상 이번 학기는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강의에 빠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후에도 학교에 나가 수업을 진행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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