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올해 메이저리그 시즌을 치르지 못하고 있는 강정호(30·피츠버그)의 미국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김종문 부장판사)는 18일 강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강정호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프로야구 합의판정은 1심 판정을 원칙적으로 존중한다는 취지”라며 “첫 판정을 판독해서 불분명할 때에는 1심 판정을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도 여러 양형 조건 등을 종합하면 1심의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강정호가 자신의 죄를 깊이 반성하고 기부를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평가했지만 원심의 형을 변경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봤다. 특히 “음주 운전으로 두 차례 벌금형의 처벌을 받고도 다시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그대로 도주한 점 등 불리한 정상이 있는 만큼 1심의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강정호의 비자 발급 여부다. 강정호는 1심 판결 이후 미국대사관으로부터 취업비자 갱신을 거부당했다. 이 때문에 그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팀의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강정호 측은 지난달 말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형이 유지되면 사실상 비자발급이 불가능해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다. 죗값이 너무 크고 가혹하다”며 벌금형을 선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국 취업비자 거부가 1심 판단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강정호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은 더욱 멀어지게 됐다. 강정호는 일주일 내에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지만 판결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 피츠버그 구단 측도 그동안 강정호의 비자 발급을 위해 노력했다. 구단으로서는 할 수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지만 비자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강정호가 비자를 받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번 판결로 강정호 개인은 물론 피츠버그 구단도 상당한 딜레마를 안게 됐다. 강정호는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했음에도 103경기에 나와 타율 2할5푼1리(318타수 81안타) 21홈런 62타점을 기록하면서 활약했다. 장타력이 부족한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복귀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구단은 강정호를 위해 피칭 머신을 보내는 등 계속해서 성의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정호는 선고 내용을 들은 뒤 아무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