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화 조건은?..정부, 통미봉남 돌파구 마련할까

김지훈 2017. 5. 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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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조건이 되면 관여를 통한 평화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면 전환 가능성이 주목된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 마리원에서 내려 백악관의 남쪽 잔디밭을 걸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부가 꾸려졌어도 증거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7.05.18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난달 '최대 압박과 관여'를 골자로 한 새로운 대북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추진에 따른 도발과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북한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일 경우 대화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북 공조의 궁극적 목표인 '북한 비핵화'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걸고, 대북 봉쇄 전략을 펼쳤던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대화를 위한 '올바른 조건'에 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그중 많이 언급되는 것이 핵동결이다. 일차적으로 '핵동결'을 목표로 한 협상을 시작하고, 이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비핵화 문제까지 의제를 확장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모든 핵 개발과 실험의 중단"을 언급한 것 또한 이러한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헤일리 대사는 이러한 발언이 대북 대화 재개 조건을 낮춘 것은 아니라고 부연하긴 했으나, 대화의 조건으로 '비핵화'만을 강조했던 이전 정부보다 유연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도발 중단, 핵환산금지조약(NPT) 체제 탈퇴 선언 철회 및 복귀, 플루토늄 생산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시험발사를 현지지도 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4일 북한이 이날 오전 5시27분께 평안북도 구상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시험발사, 700㎞가량 비행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일 정보당국은 30분가량 비행했으며 고도가 2,000㎞를 넘은 것으로 추정했다. 2017.05.15.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반면 북한은 여전히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4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시험발사를 감행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제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고도로 정밀화, 다종화된 핵무기와 핵타격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어 시험준비를 다그쳐 나가라"고 명령했다.

북한의 여러 단체와 관영매체들 또한 성명과 담화, 논평 등의 형식을 빌려 "자위적 핵억제력과 선제타격능력은 어떤 정치적 흥정물이나 경제적 거래물이 아니며, 제재와 압박의 고삐를 최대로 조인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에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인정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완전하게 구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7~8월께까지는 지금과 같은 북미 간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대미 협상력 극대화를 노리고,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핵 무력 고도화를 과시하기 위한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관측이다. 더불어 핵 문제는 미국하고만 협상하겠다는 북한식 '통미봉남'을 이번 기회에 타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핵 문제는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까지도 관영매체를 통해 "(핵은) 우리(북한)와 미국 사이에 논할 문제로, (남한) 괴뢰들이 끼어들 바가 아니다"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합참모본부 작전통제실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2017.05.17.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확실한 협상 카드로 만들려고 할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ICBM을 가졌다고 인정하기 싫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입장 하에 북한과 미국은 본격적인 협상을 위한 힘겨루기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런데 미국은 아직 대북 진용이 완전하게 갖춰지지 않아 대북 정책을 본격 가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그렇다고 군사적 압박 카드를 계속 사용하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활용해 북한이 '몸값'을 올리지 못 하게 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게끔 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북한에 한국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대화할 수 없다고 한다면 북한은 핵 문제에 있어서도 남한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공조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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