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55)가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정위 변화에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내에서 김상조 교수가 ‘공정위 내 조사국 신설’ 등 규제 강화를 외친 만큼 우선적으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정조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기업에 대한 조사·감시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조사국’과 같은 조직을 공정위 내 신설하겠다는 공약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신설된 공정위 조사국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대기업들의 반발로 2005년 폐지됐었다.

이에 따라 김상조 교수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공식 취임하면 공정위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진 조직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대로 공정위 내에 대기업 전담부서인 조사국을 부활시켜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감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호 공정위’는 또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과징금 수준은 부당행위로 얻은 매출의 10%인데, 이는 보수정부 기간 동안 다소 약해진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공정위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적정 수준을 판단하고 있다. 논의에 따라 현행 과징금의 2~3배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승계와 ‘황제경영’ 등을 근절하기 위해 기존의 순환출자를 임기 내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안도 추진될 가능성도 커졌다.

상당수 대기업은 순환출자를 통해 소수 지분으로 총수일가가 기업 전체를 지배하고 있어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는 2013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2014년 하반기부터는 대기업이 신규 순환출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 규정이 없다.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인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대상 지분율 기준을 더 낮춰 규제를 확대하는 안도 힘이 실리게 될 전망이다. 이는 상당수 상장사가 총수 지분율을 30% 턱밑으로 맞춰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대선 때부터 김상조 교수가 밝혀온대로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폐지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향후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누구나 검찰 고발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수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정위가 고발해야 재판에 넘길 수 있지만 공정위는 고발권 행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어 대기업 감싸기란 비판을 받아왔다.

이 밖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배상액 규모를 현재보다 늘리는 방안,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복합쇼핑몰에 현재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시간 제한 등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의 이행에 김상조 교수가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