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이냐 예술이냐"..서울고가 '슈즈트리' 논란 '활활'

박진여 기자 2017. 5. 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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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박진여 기자]
서울시 핵심 도시재생사업인 '서울로 7017'의 개장에 맞춰 오는 20일부터 9일간 전시되는 '슈즈 트리'(Shoes Tree)를 두고 시민들 사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제공

개장 전부터 흉물 논란…의미를 봐야한다는 지적도
"아직 미완성…꽃·나무·조명 더해 완공할 것"

서울시 핵심 도시재생사업인 '서울로 7017'의 개장에 맞춰 오는 20일부터 9일간 전시되는 '슈즈 트리'(Shoes Tree)를 두고 시민들 사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름 그대로 신발들이 서로 매어 늘어져 거대한 나무 모양을 형상화 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색바랜 신발이 켜켜이 쌓여 있는 모습은 푸르름보다 음산함에 가까워 흉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슈즈 트리는 버려진 신발 3만여 켤레를 100m 길이로 이어 붙인 대형 설치미술품이다. 신발 사이사이에는 자동차 엔진과 배기통 등의 부품이 배치됐다. 시는 철거 위기에 놓였던 서울역 고가를 보행길로 재생한 '서울로 7017' 개장 행사의 일환으로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슈즈 트리를 조성, 도시재생과 환경보전의 상징인 서울로 7017의 취지를 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높이 17m 서울로에서 수직으로 매어 늘어뜨린 수만 켤레의 신발들은 얼핏 봐도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시는 해당 조형물에 대해 "신발 하나하나가 물방울이자 한 송이의 꽃으로, 멀리서보면 거대한 폭포수가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같은 의도와 달리 흉물스럽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시 핵심 도시재생사업인 '서울로 7017'의 개장에 맞춰 오는 20일부터 9일간 전시되는 '슈즈 트리'(Shoes Tree)를 두고 시민들 사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제공

개장 전부터 흉물 논란…의미를 봐야한다는 지적도

서울역 인근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형욱(37) 씨는 "출퇴근길 (조형물) 옆을 지날 때마다 지저분하고 음산한 모습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며 "새 신도 아니고 낡은 신발 수만 개가 줄줄이 매달려있는데 가까이하고 싶겠나"라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여행차 서울을 찾은 관광객에게도 슈즈 트리는 기이한 광경이다. 전남 광주에서 올라온 최호연(31) 씨는 "첫 눈에 바닥에 떨어진 신발들부터 보여 무슨 사고가 났나 싶었다"며 "낡은 신발들이 쌓여있으니 미관상 좋지 않아 안 좋은 쪽으로 먼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조형물이 도시재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에는 "전체적으로 색이 너무 어두워 '재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슈즈 트리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은 "세상에, 저게 뭐야!", "어마무시하다", "쓰레기장도 아니고…"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색적인 볼거리에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여럿이다. 외근 업무차 서울역을 지나던 이석원(45) 씨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서 사진을 찍었다"며 "(재생의 의미인) 그 뜻은 알겠으나 좀 과하다"고 말했다.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총 1억 4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인 슈즈 트리는 9일간 운영되며 하루 천만원 꼴의 예산이 투입된다. 시민이 이해하기 난해한 작품을 전시성 목적에 1억원 이상 투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흉물 논란이 되는 작품에 열흘 간 1억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것은 재원낭비로 보인다", "그 운영비용으로 꽃나무를 더 심거나 시민 생활을 쾌적하고 편리하게 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작품 외관을 '평가'하기보다 작품이 내포한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버려지는 신발을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키며 시의 도시재생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직장인 윤서영(34) 씨는 "하나같이 낡고 오래된 신발이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게 아닐까"라며 "이제 버려져 못 쓰는 물건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점이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든다"고 전했다. 대학생 박지은(27) 씨도 "요즘 대세는 '업사이클'이다. 버리고 새로 사는 게 아닌 고쳐서 새롭게 다시 쓰는 것"이라며 "시 차원에서 이 같은 시도를 하는 것은 반갑고 바람직한 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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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완성…꽃·나무·조명 더해 완공할 것"

슈즈 트리를 두고 호불호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미완성 상태임을 강조했다. 실제 서울시가 제공한 슈즈트리의 조감도를 보면 신발과 꽃화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가운데, 사이사이 LED 조명이 물결모양의 은하수를 연상케 하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는 현재 수만 켤레의 신발은 조형물의 뼈대라고 설명하며, 개장 전까지 각종 장식을 더해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금은 공사가 진행 중으로 주변 정돈이 안 된 상태"라며 "여기에 각종 식목과 장식, 조명 등을 추가 배치해 (슈즈 트리를) 완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완공되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것"이라며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슈즈 트리가 선사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슈즈 트리의 제작 미술가인 황지해 작가는 '자동차길'에서 '사람길'로 재탄생한 서울로 7017의 의미를 강조하며 "신발을 통해 도심 속 우리가 잃어버렸던 가치가 무엇인지 같이 나누고 고민하고 싶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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