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삼성 문건, 참고자료일 뿐"..특검 뇌물 논리 '흔들'

장은지 기자 2017. 5. 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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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자료 아니어서 독대시 '경영권 승계 도와주겠다' 발언했는지 확신 힘들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회 청문회 증인 불출석 및 동행명령 거부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5.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주장하며 핵심 증거로 제시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말씀자료'에 대한 중요 증언이 나왔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17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 5명에 대한 재판에서 "2015년 7월25일 이재용 부회장 독대 전 청와대에서 작성해 박 대통령에 전달한 '말씀자료' 문건은 (삼성의 현안 파악을 위한)참고자료일 뿐 대통령이 그대로 읽어내리는 말씀자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각 수석실에서 올리는 보고서를 취합해 대통령에 전달하고 말씀자료를 작성해온 주요 인물이다.

정 전 비서관은 "보통 대통령의 '말씀자료'는 그대로 쭉 읽어도 문제가 없도록 워딩 형태로 돼있는데 삼성 독대 전 작성된 말씀자료는 그런 형식이 아니고 '참고자료'라고 할 수 있다"며 "보통 이런 참고자료는 대통령이 들고 들어가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어 "위 문건은 보통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통령에)올려드리는 말씀자료 포맷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준비된 자료를 대통령이 독대에 가지고 들어갔는지나 실제 말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

당시 이 부회장과의 독대 전에 작성된 '말씀자료' 문건은 사실상 삼성의 현안을 파악하라는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취지다. 실제 이 참고자료의 내용대로 이 부회장에 박 전 대통령이 말을 했는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두 사람 외에는 알 수가 없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측 모두 독대에서 삼성물산 합병 관련 대화가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지금까지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이 '말씀자료'를 들고 들어갔고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 건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의 출연금 및 지원은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펴 왔다. 그러나 이날 정 전 비서관의 증언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삼성물산 합병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 측 공소사실과 배치된다. 삼성은 독대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고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진행했다.

◇행정관 작성한 독대 전 말씀자료 실체 공방…"삼성 현안 파악 위한 참고자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지시로 작성된 삼성그룹 관련 말씀자료(참고자료)는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에 전달됐다. 방기선·윤인대 전 청와대 행정관이 안종범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기업 총수 면담에 대비할 말씀자료를 황급히 만들었다. 지난달 13일 공판에서 공개된 이들 진술조서에 따르면 이들은 자료 작성 과정에서 주로 인터넷에 올라온 언론보도를 참고했을 뿐 삼성 측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지 않았다. 당시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 관련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이나 삼성서울병원이 연관된 '메르스' 사태 등에 대한 언론보도를 참고해 말씀자료를 작성했다고 윤 전 행정관은 진술했다.

말씀자료에는 삼성 후계 승계와 관련해 '삼성그룹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이므로 지배구조가 조속히 안정화돼 삼성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래를 위해 매진할수 있게 되길 바란다', '현행 법령상 정부가 도와줄수 있는 건 제한적이지만,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 내에 승계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등이 담겼다.

이 자료를 작성한 윤 전 행정관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넣은 것은 아니며 언론보도를 보고 생각해서 썼다"며 "삼성물산 합병 성공으로 고비를 넘긴 상황에서 격려하는 취지였고, (대통령이)도와줄 것은 제한적이라는 문구를 넣었다"고 진술했다.

이 자료에는 삼성의 최근 현안에 대한 당부가 담겨있으며, 삼성 후계 문제(필요시)라는 소제목 아래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그룹 지배구조 등에 대한 내용이 요약돼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이 자료가 독대 전 삼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지 대통령이 이 자료를 들고 들어가 그대로 읽었거나 이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말했는지 알수 없다는 증언을 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독대에 배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독대에서 합병 관련 대화가 이뤄졌는지 증거가 없는 상황이다.

정 전 비서관은 '안종범 수첩에 있는 삼성과 엘리엇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특검이 보여줘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안종범 수첩 내용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했다.

이에 특검 측은 "말씀자료의 핵심은 기업 이해도가 높은 임기 내 이재용 승계문제가 해결되기 희망한다는 것이고 삼성물산 합병 배경이 삼성의 지배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재용의 지배력 강화에 대해 대통령의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는 점을 오늘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정호성은 당시 독대에 배석을 안해 말씀자료를 대통령이 말했는지 안했는지 모른다고 했고 특검은 말씀자료에 (삼성물산 합병 내용)이 쓰여있으니 이를 대통령이 말했을거다라는 것인데 납득할 수 없다"며 "특검이 증인 신문에서 주장한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는 이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오늘 증언으로 특검 주장 어떤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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