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분석] 청년 실업, 올해가 최악이다.. "베이비붐 여파에 대학 진학 급증"

조귀동 기자 2017. 5. 1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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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정점 찍은 대학 진학자, 취업 시장 대거 진입급증한 구직자, 늘지 않는 일자리…”장기 실업 가능성 커”교육부 고교·대학 졸업자 진로 자료 분석

2016년 부산에서 열린 한 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첫 업무 지시로 내리면서 “일자리는 새 정부 제1의 국정과제”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청년 실업률이 상승하고 제조업 일자리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며 “추경 등 적극적 거시정책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만15~29세) 실업률은 4월 사상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올해 청년 노동 시장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대졸 구직자들 숫자가 크게 늘었다. 통상 일자리 문제의 원인으로 기업의 고용창출 효과 저하 등 수요 요인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밖에도 공급 요인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먼저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의 자녀들로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1991~1997년생이 대학을 졸업할 시기다. 게다가 이들 바로 직전 연령대인 1988~1991년생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는다. 이들이 취업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구직자들이 누적됐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몇 년간 숫자가 늘어난 대졸자들이 한꺼번에 취업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며 “올해 전후로 청년 실업 문제가 피크(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김기헌 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말했다.

◆ 2010년 대학진학률 83.7%…줄지 않는 대졸자들

조선비즈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하는 ‘교육통계연보’와 ‘취업통계연보’ 자료를 활용해 고등학교 및 대학 졸업자들의 상급학교 진학 및 취업 추세를 분석했다. 교육통계연보를 통해서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일반고, 특수목적고, 자율고(이상 일반계)와 특성화고(2010년 이전 전문계고)의 대학 진학자 및 취업자를 파악했다. 취업통계연보를 통해서는 2006~2015년 대학 졸업자와 그 가운데 취업 및 진학자 숫자를 살폈다.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자 숫자가 정점에 도달한 것은 1992년생이 졸업한 2011년이었다. 2001년 고교 졸업자 73만6000명 가운데 일반계는 63.3%인 46만6000명이었는데, 2011년에는 전체 64만8000명 가운데 82.3%인 53만400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특성화고 졸업자는 27만명에서 11만5000명으로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취업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고, 대부분 대학교에 진학했다는 얘기다. 대학 진학율은 2008년 83.8%를 기록한 뒤 2011년부터 계속 내려갔다. 반대로 전체 졸업자 가운데 취업자의 비율은 2001년 19.5%에서 2009년 4.9%로 반의 반 토막이 났다.

이렇게 늘어난 대졸자들은 2011년 이후 취업 시장에 대거 쏟아지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평균 대학 재학 기간은 4~4.25년. 4년제 대학은 5.0~5.25년이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2008~2009년 대학 진학률이 정점에 도달했었는데, 그 때 대거 대학에 진학한 이들이 직장을 잡기 위해 2013년부터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왔다”며 “3~4년 전부터 취업 여건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자수는 2006년 56만1000명에서 2010년 54만명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2015년 57만6000명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취업자 수가 늘어나지도 않았다. 취업자 수는 2006년 38만9000명에서 2014년 32만7000명, 2015년 34만3000명으로 줄었다. 취업과 진학을 하지 않은 나머지 졸업자들의 수는 2010년(23만7000명) 이후 19만명 전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구직자 및 실업자가 쌓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일자리 없는 1990년대생…‘잃어버린 세대’ 되나

대졸자 공급 과잉은 향후 몇 년간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일반계고 졸업자가 가장 많았던 2010년(1999년생)의 경우 다수가 2015~2017년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김기헌 선임연구원은 “인구학적으로 2015~2017년 정도에 신규 노동 공급이 몰리게 된 상황”이라며 “내수가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도 쉽지 않아 이들 가운데 다수는 일자리를 잡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눈을 낮춰 고교 졸업 정도의 학력을 가지고도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기도 어렵다. 2012년 이후 대학 진학률이 낮아지면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 대학 진학, 취업, 입대 등을 선택하지 않은 ‘기타’ 인원은 12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대학 진학 분류 기준이 바뀌는 등의 요인 때문에 발생한 ‘통계적 착시’는 약 2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매년 10만명 정도가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대졸자 초과 공급 현상은 2020년대초가 되면 완화될 전망이다. 올해 60만명 정도인 고교 졸업자들이 2024년 41만명대로 뚝 떨어지기 떄문이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일자리를 찾는 데 실패할 1990년대생들 때문에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정민 교수는 “상당수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데 실패하면서 장기 실업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들은 노동 능력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영구적인 복지 수혜계층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숫자에 비해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빠르게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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