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검찰국장이 격려금 준적 있나" 황당 거짓말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입력 2017. 5. 17. 05:05 수정 2017. 5. 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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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돈봉투 만찬 파문'..검사가 왜 거짓말을 하나
왼쪽부터 법무부 안태근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 이영렬 검사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자료사진)
서울중앙지검 이영렬 검사장과 법무부 안태근 검찰국장간 '돈봉투 만찬'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수장이 없다"는 이유로 감찰 착수도 하지 않은 채 뭉개기로 버티고 있다.

특히 검찰내 핵심 요직에 있는 두 사람도 비리사건에 연루된 진경준 검사처럼 판박이 형태의 거짓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 안태근 측 "수사비 적법하게 전달했다"

이 검사장 등 서울중앙지검 국정농단 수사팀 간부와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을 포함한 검찰 1, 2과장 등 10명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동 모 음식점에서 술자리 만찬을 갖고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든 돈봉투를 교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대해 법무부는 "(국정농단수사팀 간부에게 전달된 격려금은) 수사비 지원 명목으로 예산 항목과 집행 규칙에 맞게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고 "서울중앙지검 부장이 역대 검찰국장으로부터 돈 받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고 택도 없는 소리"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가 해명한 수사비는 장관의 특수활동비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원래 특수활동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를 일부 지원받아 일선 검찰청이나 검사를 격려하는데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술자리 만찬 당시부터 지금까지 법무부 장관직은 공석이다. 이창재 법무부 차관이 장관 대리를 하고 있지만 현재는 모든 부처 장관들이 사직서를 낸 상태이다.

이때문에 법무무 해명은 법무부 장관이 '유고'인 상태에서 검찰국장이 마음대로 장관의 특수활동비를 가져다 과거 전례가 없는 '격려비'로 쓰고 회계처리를 해놨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 지휘와 함께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에 '격려금'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백번을 양보해도 검찰국장은 (장관 지시가 아닌한) 일선 검찰청의 수사팀이나 수사 검사에게 격려금이든 뭐든 어떤 돈도 전달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점때문에 김영란법 위반은 물론이고 특수활동비 횡령과 뇌물제공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이영렬 측 "검찰국 간부에게 지급한 돈은 바로 다음날 반환"

돈봉투 파문 이후 서울중앙지검이 내놓은 해명도 거짓 변명에 불과하다.

검찰 특수본측은 "이 검사장이 검찰국 1, 2과장에게 지급한 돈을 바로 다음날 반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또한 앞서 내놓은 해명과 상반된다. 검찰 특수본은 "이영렬 검사장이 검찰 후배 격려 차원에서 법무부 각 실,국 모임을 해오면서 그 일환(one of them)으로 검찰국 관계자들과 저녁 모임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설사 이영렬 검사장이 검찰국 과장들에게 준 돈을 반환한 것이 사실이라 전제해도 이미 그 전부터 해온 법무부 각 실.국모임때 준 '격려비'도 반환 받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없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특수활동비를 검찰총장한테 받아 쓰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제식구도 전국에서 제일 많은데 다른 검찰청이나 법무부까지 격려금을 챙긴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영렬 검사장이 격려금을 준 검찰국 1, 2 과장은 검찰 인사와 수사 정보를 다루는 핵심 요직중 최고 요직이다. 청와대와 검찰을 연결하는 핵심 실무간부들이다.

수사대상이었던 검찰국장과 인사대상이 될 서울중앙지검장이 핵심 측근들을 대동하고 술자리 만찬을 즐긴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이 만찬을 할 수 있지만 왜 수사팀 전원을 데리고 갔는지. 검찰국에서는 유독 인사와 수사를 다루는 1, 2과장만 참석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둘 사이에 '밀약'이 있다는 의혹을 가질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정행위로 적발된 검사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한다. 김정주 넥슨회장에게 '120억원대 주식 대박'의 진경준 전 검사장은 해명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처음엔 '내 돈"이라 했다가 나중엔 "처가 돈", 또 나중엔 "김정주 돈"이라고 거짓말 시리즈를 내놓았다. 검찰 안팎에서 "도대체 검사인지 장사꾼인지 알 수 없다"며 "창피해서 고개를 못들겠다"고 떠든게 엊그제 일이다.

전직 검찰 관계자는 "'부적절 했다'고 시인하면 되는데 거짓말만 하는 사람들이 '힘 있는 보직'에 있는 것만으로 '엘리트 검사'라고 하는 건 후안무치하다"고 힐난했다.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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