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른바 '문빠'의 인터넷 홍위병 행태 점입가경

2017. 5. 17. 03: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빠'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넷 지지 집단이 민노총을 적폐(積弊) 세력으로 공격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청와대가 박형철 변호사를 반(反)부패비서관에 임명하자 민노총은 "박 비서관은 노조 파괴 사(使)측 변호사였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 인터넷 지지층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민노총을 '귀족 노조'로 규정하면서 "민노총은 청산해야 할 적폐인데 벌써 정부 흔들기에 나섰다"며 인터넷과 SNS에 비난 글을 집단으로 올리고 있다. 많은 국민은 문재인 정부와 민노총은 우호적 관계일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민노총조차 문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문빠'에겐 '적폐'가 된다.

그제는 문 대통령의 인터넷 지지 집단이 한겨레신문사가 운영하는 주간지에 대해 '문 대통령 사진을 소홀히 다뤘다'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이 신문의 한 기자가 이에 반발하는 글을 올리자 그의 페이스북 댓글난은 순식간에 험한 욕설로 메워졌고 기자는 "죄송하다. 자숙하겠다"고 사과하고 물러섰다. 최근엔 조국 민정수석의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 법인의 세금 체납(滯納)이 논란이 되자 엉뚱하게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나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가 더 많은 세금을 체납했다는 내용이다. 이 역시 '문빠'의 집단 대응이 만든 일이라고 한다.

앞으로 선거는 인터넷 여론이 좌우한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이 공간이 상식·합리적 토론이 아니라 집단의 힘이 위세를 부리고 사람을 매도하고 상황을 왜곡하는 장(場)이 돼가고 있다. 지금 문 대통령 인터넷 지지 세력은 문 대통령의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자세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도를 넘어서는 일을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고 있다. 이런 홍위병 행태가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리가 없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