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는 삼성호(號) '글로벌 대해(大海)' 표류하나

김수미 입력 2017. 5. 1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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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지 17일로 3개월이 된다.

특검법상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 선고돼야 하지만, 지난달 재판부가 "8월 말이면 (이 부회장의)구속기간이 만료된다. 7월 말 전에는 결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구속 후 지난 2월28일 삼성은 50년 넘게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각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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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오너 공백' 3개월째/1분기 역대 두 번째 영업익 거뒀지만 M&A·사장단 인사 등 '올스톱' 상태/국제 행사 불참.. 위기 장기화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지 17일로 3개월이 된다. 지난 10일은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누운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었다. 사상 초유의 오너 부재 속에서도 삼성은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사장단 인사 등 전략적 결정은 여전히 올스톱 상태다. 특히 이 부회장 재판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삼성은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1심 선고는 당초 이달 말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7월 말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법상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 선고돼야 하지만, 지난달 재판부가 “8월 말이면 (이 부회장의)구속기간이 만료된다. 7월 말 전에는 결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구속기한이 끝나더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2심, 3심 재판까지 받다 보면 정상적인 경영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너 부재 사태 속에 삼성에서는 지난 3개월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났다.

이 부회장 구속 후 지난 2월28일 삼성은 50년 넘게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각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다. 지난 4월27일에는 지주사 전환 포기를 선언했다. 지주사 전환은 투명경영 강화를 위해 주주들이 요청한 것이지만, ‘자사주의 마법’을 통한 이 부회장의 지분 확대 논란이 불거지자 철회한 것이다.


실적은 선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통상 12월 초 단행되던 임원 인사도 5개월 만인 지난 11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계열사별로 이뤄지는 등 조금씩 정상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에도 사장단 인사는 하지 못하고 승진대상도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넘치는 물만 간신히 걷어낸 모양새다. 인텔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거액의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과 달리 올 들어 M&A 소식도 없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등에서 매년 5개가 넘는 M&A를 성사시켰지만, 지난해 11월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Harman) 인수 이후에는 전무하다.

당장 이 부회장은 중요한 글로벌 행사에도 줄줄이 불참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보아오 포럼에 2013년 이사를 맡은 이후 처음 불참했고, 미국 산업계와 금융계 대표 CEO들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카운슬’도 한국 유일의 회원이지만 가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특검 조사 때문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초청행사에 이어 지난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주최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 반도체 호황 속에 경쟁사보다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것은 몇 년 전의 의사결정과 투자 덕분”이라며 “하지만 지금 여유자금을 투자하지 못하고, 중요한 글로벌 네트워킹을 포기하면 몇 년 후에는 우리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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