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만 성공한다면" 친문들, 줄줄이 백의종군

이종호 기자 2017. 5. 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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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서울경제] 새 정부의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집권하면 다시 친문들이 완장 차고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켜 향후 문 대통령의 행보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친문 패권주의’라는 공격에 시달렸던 문 대통령이 외부인사 영입 등을 통해 이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이들의 ‘충정’이다. 이들의 ‘백의종군’ 선언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내걸고 국민 대통합·대탕평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연합뉴스
△ 차기 정부 ‘민정수석’으로 거론됐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시작은 ‘삼철’의 한 사람으로 불리며 네거티브 공세의 중심에 있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지난 10일 해외로 출국하며 “마침내 자유를 찾았다”는 말을 남겼다. 또한 지인들을 통해 “마침내 정권교체가 되고 제가 존경하는 노변(노무현 전 대통령), 문변(문재인 대통령) 두 분이 대통령이 됐다. 살아오면서 이만한 명예가 어디 있겠나. 영광”이라고 문 대통령 당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삼철(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전 수석)이라고 불리는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힘들고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곁에서 묵묵히 도왔을 뿐”이라면서 “그럼에도 정치적 반대자들은 삼철을 공격했고, 일부 언론은 이를 증폭시켰다. 이런 비난과 오해가 옳다거나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괜찮다.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라고 적었다.

올해 초, 문 대통령 캠프에 참여하며 당선 이후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비행기 표를 미리 예매해 놓았다는 이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에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벗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귀국 이후 자신의 거취를 밝히기도 했다.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 문 대통령이 가장 믿었던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16일 문 대통령이 ‘양비’(양 비서관)라고 편하게 부를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해 왔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백의종군’ 대열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청와대 수석, 총무비서관 등 다양한 요직의 하마평에 오르내리며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양 전 비서관은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문 대통령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자신의 공직 진출설에 대해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나의 소임은 거기까지다. 어떤 자리도 맡지 않고 물러나 있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양 전 비서관은 조만간 뉴질랜드로 출국해 장기간 체류할 예정이다.

그가 자신의 곁을 떠날 것을 결심한 지난 15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만찬을 열어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했다. 한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 전 비서관의 뜻을 확인하고 아쉬움에 눈물까지 보였다.

이렇게 현실 정치권을 떠나게 된 양 전 비서관은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며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이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달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최재성 전 의원, 文의 ‘호위무사’ 임에도 2선 후퇴 선언/사진=최재성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 문 대통령의 구원투수, 최재성 전 의원

이 전 수석과 양 전 비서관의 뒤를 따라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는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렸던 최재성 전 의원이다. 최 전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순항일 때 필요한 사람이 있고, 위기일 때 필요한 사람이 있다”며 “전 후자에 맞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재도 넘치니 비켜 있어도 무리가 없다. 대통령께도 ‘선거에서 이기는 일 외엔 제 거취를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이미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위기 때마다 등장해 가장 헌신적으로 도왔던 최 전 의원의 ‘백의종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당시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에 임명됐으나 혁신위의 혁신안을 수용하면서 한달만에 사무총장직을 내려놨다. 또 2016년 2월에는 김종인 선대위 체제에서 선대위원에 임명됐으나, 당시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직후 김종인 선대위에 부담을 줘선 안된다며 선대위원을 사퇴한 바 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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