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측 "출발선부터 심각한 문제"..최순실과 재판 분리 요구
[경향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65) 측이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공범’인 최순실씨(61) 재판과 분리해 심리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최씨 재판과 병합하면 박 전 대통령의 방어권 행사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에 이어 25일까지 다음주 중 2번 재판을 받으러 법정에 나오게 됐다.
1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이상철 변호사는 지난 2월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최씨의 뇌물 혐의 재판과 병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특검은 특검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만 공소 유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민간인 신분에 불과하다”며 “특검이 한 증인신문이 과연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효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자신들이 직접 기소한 최씨의 뇌물 혐의 재판에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이지 특검의 수사기간 종료 후 검찰이 별도 기소한 박 전 대통령 재판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취지다. 따라서 병합을 하더라도 특검의 증인 신문 등 공소유지는 법리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건을 심리해온 형사22부 재판부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당초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소사실이 같은 ‘공범’이기 때문에 이미 최씨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형사22부에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배당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오히려 거꾸로 형사22부가 최씨 사건 심리로 인해 편견을 가졌을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 재판과의 병합은 예단과 편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공소장 일본주의도 형해화하는 조치”라며 “이미 심증 형성이 노출된 재판부를 기피할 수 없다면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소사실이 완전히 일치하는데다가 병합하지 않으면 증인을 중복해서 불러야 한다”며 병합의 필요성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당장 다음주 23일과 25일 두 차례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1회 공판인 23일 오전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처음 법정에 출석했기 때문에 검찰이 재차 공소사실을 설명하고 피고인 측 변호인들이 이에 대해 인정하는지 여부를 밝히는 절차로 진행된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직접 발언할 기회를 주면 이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고 억울하다는 점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에는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등 2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어진다. 25일 2회 공판에는 최씨의 기존 재판 기록에 대한 서증조사가 이뤄질 계획이다.
당초 재판부는 심리의 효율성을 위해 공판준비기일을 1회로 마무리하고 바로 본 공판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박 전 대통령측 반대로 일주일 미뤄졌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기록이 방대해 변호인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데도 재판부가 기일을 촉박하게 잡아서 방어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초래되고 있다”며 “변호인들이 충분히 기록을 검토하고 재판에 임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기일 지정을 부탁한다”고 주장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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