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면초가 검찰.. "지금은 두들겨 맞는 수밖에 없다"
- 이 와중에..
이영렬 지검장·안태근 검찰국장, 4월 우병우 불구속 기소후 만찬
금일봉까지 오간 것 드러나 파문.. "文정부 개혁 1순위" 여론도 최악
김수남 검찰총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물러났다. 지난 11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썼는지 국민적 의심이 있다"며 검찰을 비판하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辭意)를 표명한 지 나흘 만이다.
30분가량 진행된 퇴임식은 시종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웃는 얼굴의 검찰 간부는 한 명도 없었다. 김 총장은 A4용지 7장 분량의 퇴임사에서 "검찰 개혁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가 기준이 될 것"이라며 "검찰은 국민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그동안 잘못된 점,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스스로를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평소처럼 오전 9시쯤 출근한 김 총장은 사무실 정리를 하고 오전 11시부터 대검 청사를 돌며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김 총장은 간간이 미소 지으며 직원들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사퇴 소식 듣고) 많이 놀랐어요" "섭섭합니다"라고 하자 김 총장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대검 직원들은 사무실 TV를 모두 끄고 김 총장을 기다렸다. 전화벨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릴 만큼 적막이 흘렀다.
김 총장의 퇴임식 풍경은 검찰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도 안 됐지만, 검찰은 사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법학교수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은 임명되자마자 김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4년 말 수사한 '정윤회 문건'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검찰의 권한을 나누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는 국회의원 과반이 찬성하고 있다.
15일엔 '현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개혁 과제'를 묻는 말에 '검찰 개혁'을 1위(24%)로 꼽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이날 일부 언론이 서울중앙지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팀과 법무부 검찰국 간부들이 지난 4월 하순 만찬을 가졌으며, '금일봉'도 오갔다고 보도하면서 검찰 내부가 하루 종일 술렁였다.
만찬에 참석한 안태근 검찰국장은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수사하던 지난해 8월 이후 우 전 수석과 빈번하게 접촉해 수사 내용을 보고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고, 안 국장은 만찬 당시 내사나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만찬 자체가 부적절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극소수만 알고 있었을 모임 내용이 외부(언론)로 새나갔다는 사실에 더 소름이 돋는다"며 "누구도 못 믿는 상황이라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했다.
요즘 검찰 고위 간부들은 출입기자들을 만나면 푸념부터 한다. 대검의 한 간부는 "지금은 두들겨 맞는 수밖에 없다"고 했고, 다른 간부는 "무대응이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 검사는 "어차피 지금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보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 '적폐 세력' 아니냐"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검찰 일각에선 '우병우 특검법'을 통해서든 검찰 자체적으로든 우 전 수석 시절의 '검찰 농단'과 관련한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새 정부가 검찰총장은 몰라도 신임 법무부 장관은 분명 비(非)검찰 출신에서 고르지 않겠느냐는 게 검사들의 예상이다.
조국 수석 임명 이후 검찰은 부랴부랴 '검찰 개혁'과 관련한 조 수석의 과거 발언, 저술 등을 탐독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 수석이 쓴 20여권의 책과 90편이 넘는 논문을 분석하고 있다"며 "우선 상대의 주장을 정확히 알아야 우리도 해명이든 반박이든 할 것 아니냐"고 했다. 한 부장검사는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과 조 수석의 책을 사러 서점에 갔는데 품절됐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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