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벗드갈의 한국 블로그]몽고라 부르면 섭섭합니다

입력 2017.05.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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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한국에 살며 한국인과 처음 만났을 때 듣는 말은 대부분 비슷하다. 제일 먼저 듣는 말은 ‘한국어 잘하네요’이며, 다음으론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이다. 물론 모든 대화의 마지막은 ‘그런데 한국어 진짜 잘하네요’이다. 재미난 점은 내가 몽골 사람이라는 사실을 또박또박 말했을 텐데 한국인은 ‘몽골’을 ‘몽고’로 발음하는 것이다. 처음엔 몽고에 대한 정확한 뜻을 몰라 그러려니 했다.

얼마 전 학과 교수님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교수님은 몽골과 관련한 질문을 할 때마다 몽고라고 발음했다. 몇 년 전부터 몽고와 몽골에 대한 정확한 뜻을 알게 돼 가급적 잘못된 발음을 고쳐주고 있다. “교수님께도 ‘몽고’가 아니라 ‘몽골’ 이렇게 말씀해 달라”고 부탁했다. 몽고와 몽골의 뜻이 많이 달라서다.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를 겪었다. 당시 일본 사람들이 조선인을 비하해 ‘조센진’이라 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몽고 또한 이와 비슷한 느낌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선 몽골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

몽골(Mongol)의 국가 이름은 영어로 ‘Republic of Mongolia’로 표기한다. 단어 속에 알파벳 ‘L’이 있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은 ‘L’ 발음을 하지 않고 몽고로 부른다. 이 경우 단지 글자 하나만 사라졌을 뿐이지만 의미까지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은 몽골과 달리 한자를 쓰는 나라이며 대부분의 단어를 중국에서 표기한 대로 쓸 것이다. 중국은 수천 년 전 흉노시대 때 몽골로 인해서 수많은 전쟁에 시달려야 했고 고생도 많이 했다. 만리장성도 결국 흉노가 무서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민족이니 과거의 중국 입장에선 몽골이 싫고 비하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몽고(蒙古)다. 우매할 몽(蒙)과 옛 고(古)를 조합한 단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뜻도 뜻이지만 발음도 이상하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몽골 사람 앞에서 ‘몽고, 몽고’ 하면서 이야기를 한다면 같이 있는 몽골 사람이 불쾌할 수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몽골에선 배우지 않은 무식한 인간 혹은 행동과 생각에 장애가 있거나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을 ‘망고(manguu)’라고 칭한다. 듣는 사람에 따라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언어라 하더라도 듣기 편하거나 말하기 쉬운 표현으로 무의식적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몽골 사람과 만나게 될 땐 몽고라는 표현을 지양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몽골이란 말은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사실 역사학자들은 어디에서 몽골이란 단어가 왔는지 현재까지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가정이 있다. 그중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그럴듯한 세 가지를 골라 소개하겠다. 첫 번째 가정은 13세기 몽골 제국을 세웠던 위대한 지도자 칭기즈칸이 직접 몽골이라는 이름을 지었으며 여기서 ‘몽’은 고생 수고란 뜻을, ‘골’은 중심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가정은 몽골에서 강을 따라 유목하면서 생활했던 5세기에 가장 강했던 부족명이 ‘몽’이었다는 것이다. ‘골’은 몽골어로 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monka tengri gal(영원한 하늘과 불)’이란 말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과거 몽골에서 하늘을 신으로 모셨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많은 종교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은 하늘과 자연이었다.

왜 몽골을 몽고로 부르면 안 되는지 많은 이유를 알려드렸다. 만일 독자 여러분 주변에 몽골을 몽고라 부르는 사람이나 그렇게 표현하는 신문, 잡지가 있다면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사실을 적극 알려주면 좋겠다. 나 또한 몽고라는 명칭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라며 주변의 있는 많은 사람에게 알릴 것이다. 몽고란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다. 오로지 ‘몽골’만 존재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