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한이 없다", 문 대통령 당선되자 떠나는 양정철

손병관 2017. 5. 1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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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애칭으로 부르는 '복심', 선거 기간 '새 인물' 수혈하고 2선 후퇴하기도

[오마이뉴스손병관 기자]

 양정철 전 문재인 캠프 비서실 부실장
ⓒ 남소연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려온 양정철 전 문재인캠프 비서실 부실장이 16일 '퇴장'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양 전 부실장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사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문 대통령에게) 처음부터 드렸다"며 "그분과의 눈물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고 밝혔다.

양 전 부실장은 "그분 곁에 늘 함께 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며 "머나먼 항해는 끝났다.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한다. 그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후보 언론보좌역으로 정치권에 합류한 그는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과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내며 참여정부의 언론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2009년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거쳐 2012년 민주통합당 문재인 선대위 메시지팀장으로 문 대통령의 첫번째 대선 캠페인을 도왔다.

그는 문 대통령이 '~씨' 대신 애칭(양비)을 부르는 몇 안되는 참모였다. 작년 문 대통령의 히말라야 트래킹에 동행했고, 7월 4일 대통령이 현지에서 그의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며 "동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눈물을 보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이나 사드 배치 등등 정국의 주요 이슈에 대한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메시지들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다듬어졌고, 연초에 나온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도 그가 기획한 책이었다.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과 삼철 등의 낡은 언어 거둬달라"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만큼 정치권에서는 그를 '문재인의 복심'으로 지목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그를 공공연히 '비선실세'로 지목했다. 심지어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의원들사이에서도 "당에 친노친문 패권이 남아있다면 그 중심은 양정철"이라는 비판적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때마다 양 전 부실장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 새로운 인물들을 캠프에 수혈하며 그 자신은 2선으로 몸을 낮췄다.

양 전 부실장은 문자 메시지에서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다"며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의 존재로 인해 더이상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정연주 전 KBS 사장
ⓒ 양정철
양 전 부실장을 잘 아는 문 대통령의 참모들은 그의 퇴장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양 전 부실장이 경선캠프 시절 영입한 익명의 인사는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두세 달, 어쩌면 훨씬 전부터 '나의 소임은 문재인 정권의 탄생까지다'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캠프 사람들도 반신반의했던 것같다"며 "나도 전날(15일) 밤까지 만류했지만 그의 뜻을 꺾을 사람이 없었던 것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인사도 "그 정도 되는 사람이 미관말직이라도 맡지 않으면 대통령 임기 내내 '비선실세' 소리가 나올 수 있으니 (퇴장) 결정을 재고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말을 안 듣더라"고 전했다.

대통령 취임식날(10일) 해외로 출국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양 전 부실장까지 퇴장을 선언함에 따라 문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불리는 '3철'이 모두 대통령의 곁을 떠나게 됐다.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전해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다.

양 전 부실장의 글은 다음과 같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참, 멀리 왔습니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처음부터 드렸습니다. 그 분과의 눈물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합니다.
저에게 갖고 계신 과분한 관심을 거둬달라는 뜻에서, 언론인들에게 주제 넘은 이별인사를 드립니다.

오래 전 그 날, 그 분을 모시고 신세계 개척을 향한 긴 항해에 나섰습니다.

풍랑과 폭풍우를 묵묵히 헤쳐온 긴 여정 동안 그 분은 항상 강했습니다. 당당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 분에게서 단 한 번도 비겁하거나 누추한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분 곁에 늘 함께 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습니다.

머나먼 항해는 끝났습니다.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합니다. 그 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간곡한 당부 하나 드립니다. 우리는 저들과 다릅니다.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지 자리를 탐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비선이 아니라 묵묵히 도왔을 뿐입니다.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습니다.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비선도 없습니다. 그 분의 머리와 가슴은 이미 오래 전, 새로운 구상과 포부로 가득 차 있습니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입니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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