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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 21억 역전샷…최연소 `제5메이저` 품다

조효성 기자
입력 : 
2017-05-15 17:21:02
수정 : 
2017-05-15 19: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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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가장 어린나이 우승, 최경주 이어 두번째 韓챔프
세계랭킹 28위로 오르고 PGA투어 5년 풀시드에 메이저대회 출전권도 확보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역전우승 "시합 끝나고 트로피도 받고 우승 행사도 했는데 아직 실감은 잘 안 나요. 사실 마지막 퍼팅 넣었을 때 우승할지 몰라서 세리머니도 제대로 못했어요. 게다가 아주 먼 거리 퍼팅도 아니어서…."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에서 열린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골프 희망' 김시우(21·CJ대한통운)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매일경제와 전화 통화하면서 김시우는 "아직 우승에 대한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우승자 세리머니를 하면서 정말 좋고, '내가 우승했구나'라는 생각에 뜻깊은 날이었다"고 말한 뒤 "제이슨 데이가 우승 트로피를 줬는데 좋은 선수에게 축하를 받아서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생겼다"고 웃었다.

김시우는 이날 선두에게 2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해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내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2위 이언 폴터(영국)와 루이 우스트히즌(남아프리카공화국)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시우의 나이는 불과 만 21세(만 21세10개월17일)로 총상금이 120억원에 달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자 기록을 새롭게 세웠다는 것이다. 이전 기록은 2004년 애덤 스콧(호주)의 만 23세였다. 물론 한국 선수로는 '최연소 PGA 투어 2승' 기록이자 이 대회에서는 2011년 최경주(46·SK텔레콤) 이후 한국 선수 두 번째 챔피언이다.

이 대회 전까지 김시우의 우승은 상상할 수 없었다. 올 시즌 18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일곱 차례에 기권을 네 번이나 했다. 톱10에 든 것은 지난해 CIMB 클래식 공동 10위가 딱 한 번이었다.

김시우가 밝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비결은 의외다. 바로 '충분한 연습'이다. 김시우는 "앞서 10주가량 연속 대회에 출전했다. 허리도 안 좋은데 제 스윙을 유지하기보다는 꾸역꾸역 스코어를 억지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회를 계속 나가게 되면 스윙이 조금씩 바뀌거나 리듬이 흐트러지는데 연습하면서 잡을 시간이 없었다"고 말한 뒤 "하지만 지난주에 일주일간 쉬면서 샷과 숏게임 연습에 집중했고 덕분에 자신감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숏게임의 위력은 엄청났다. 김시우는 이날 버디 기회를 잡는 '레귤러 온'을 단 여덟 번밖에 하지 못했다. 나머지 10차례는 숏게임으로 막아내야 했다. 그런데 이날 키 높이의 그린 주변 벙커에 세 차례나 빠졌지만 모두 1m 이내로 잘 붙였고 벙커 앞턱을 맞춘 뒤 굴리는 범프 앤드 런이나 러닝 어프로치 등도 완벽했다. 외신들도 "한국의 어린 선수가 베테랑 같은 숏게임을 했다"며 극찬했을 정도다.

물론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를 포함해 벌써 5년 차에 접어든 PGA 투어 노하우도 합쳐져 위력이 배가됐다. 김시우는 "미국은 대회 코스마다 잔디의 종류와 성질이 다르다"고 설명한 뒤 "18번홀 그린 주변 잔디가 느낌상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3번 우드로 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3라운드에서 드라이버샷 세컨드샷으로 268야드를 날려 온그린 시킨 것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허리 부상도 일주일간의 꿀맛 휴식 덕에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정상은 아니다. "사실 3라운드부터 허리 통증을 다시 느꼈다. 그래도 오늘 시합을 잘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털어놓은 김시우는 "다음주도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다. 치료를 잘 받으면서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US오픈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김시우는 엄청난 혜택을 한번에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은 입이 떡 벌어진다. 무려 189만달러(약 21억2530만원). 김시우는 덕분에 지난주 상금 랭킹 114위에서 13위(234만6599달러)로 뛰어올랐다.

물론 세계랭킹도 지난주 75위에서 무려 47계단이나 상승한 28위로 뛰어올랐다.

이 대회가 4대 메이저 대회에 들지는 못하지만 '제5의 메이저 대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혜택도 엄청나다. 먼저 PGA 투어 풀시드를 5년간 준다. 또 우승자 자격으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앞으로 5년간 출전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9년까지 메이저 대회인 US오픈과 디오픈 출전권을 받았고, '명인열전' 마스터스는 2020년까지 출전이 보장됐다. 또 올해 PGA 챔피언십에도 초대받았다.

물론 국내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김시우는 "10월 셋째주에 한국 최초 PGA 투어 대회인 'THE CJ CUP @ NINE BRIDGES'가 열리는데 한국인으로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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