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있니"..새 정부가 두려운 금융권 정피아

유윤정 기자 2017. 5. 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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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권에 내려앉은 ‘정피아(정치인+마피아)’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좌불안석이다. 적폐 청산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의 기조를 감안하면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포진해있는 전 정권 출신 ‘정피아’/표=이민아 기자

정피아들은 금융 공기업을 비롯해,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업권에 포진해 있다. 특히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사와 공기업의 임원 인사는 업무 속성이 정책과 긴밀히 연결돼 있지만 정피아들이 빈 자리를 파고드는 현상이 뚜렷해 문제가 돼왔다.

박 정부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 때도 정피아들은 아무런 원칙 없이 전문 분야와 상관없는 곳에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탓에 금융권 특성상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소화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은행권‧금융공기업 정피아 ‘좌불안석’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채이배 의원실(국민의당)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금융공공기관 및 공공기관 지분 보유 금융회사 등 27곳의 전체 임원 255명 중 55명(21%)이 정피아 출신이었다.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을 보면 KB금융지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물론 예금보험공사와 주택금융공사 등 주요 금융공기업에도 정피아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있다.

KB금융지주 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김경일 감사의 임기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김 감사는 국무총리실 민정민원 비서관 출신으로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 친분이 있었던 인사로 알려져 있다. 금융업 경험이 없는 정치권 인사라는 점에서 지난해 5월 선임됐을 때도 논란이 있었다.

올해 10월 임기가 끝나는 기업은행의 이수룡 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으로 정피아 논란이 있었다. 기업은행 자회사인 IBK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선임한 강일원 사외이사(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출신), 송석구 사외이사(새누리당 중앙당 부대변인 출신) 등도 정치권 출신으로 논란의 대상이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도 정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는 8월말 3년 임기를 채우는 공명재 수은 감사(계명대 교수)는 2012년 당시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소속 힘찬경제추진위원단의 위원을 지냈다.

주요 금융공기업에도 정치권 출신들이 감사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2018년 5월에 임기가 끝나는 이명선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는 대통령경호실 부이사관 출신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신용선 사외이사도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선전국장 출신이고 서정환 이사(창신대 교수)도 새누리당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했었다.

◆ ‘전문성 없이 낙하산’...증권사 업무 차질

증권업계 대표적인 정피아는 한국증권금융 조인근 감사다.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조 감사는 작년 8월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한데도 증권금융 감사로 선임됐다. 최순실 사태 때 잠적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영준 예탁결제원 예탁결제본부장 역시 정피아 인물로 꼽힌다. 김 본부장은 부산시 대외협력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그는 과거 지방선거에서 대표적인 친박인물로 꼽히는서병수 당선인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겸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과거 이력 탓에 지명 당시 예탁결제원 노조 측으로부터 출근을 저지당하기도 했다. 서 시장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당무조정본부장으로 캠프 살림을 도맡았다. 앞선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박근혜 당시 예비후보 캠프에서 정책메시지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정연대 코스콤 사장은 민간전문가 출신이지만 대표적인 친박 인물로 분류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신 학교인 서강대 총동문회 대전지역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데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 보험카드도 정피아 논란...서울보증 친박 감사 또 연임

보험 카드업계도 다수의 정치권 낙하산들이 포진해 있다. 사외이사와 감사로 수억원씩 받으면서 거수기 노릇만 하거나 대놓고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며 해결사(?)로 나서는 경우도 많다.

SGI서울보증(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2일 조동회 상근감사를 연임시켰다. SGI서울보증은 예금보험공사가 93.85%로 대주주이며, 삼성생명도 3.56% 지분을 갖고 있다. 조 전 감사는 국민통합 총회장을 지냈고,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각각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인물로 감사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됐었다. 조 감사는 2014년 5월부터 32개월간 감사로 일했지만 이번에 또 연임해 앞으로 1년을 더 일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인천지부 처장을 지낸 윤재동씨는 흥국생명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김환섭 동부생명 감사도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실 서기관으로 일했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2014년 퇴임 후 IBK기업은행 계열 IBK연금보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친박 인사들은 다소 복잡한 표정이다. ‘자리’가 줄어드는 건 아쉽다는 분위기지만 ‘올 것이 왔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으니, 그에 맞춰 기존 정치권 인사들 중 마음을 비우고 짐을 정리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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