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개그맨 유재석이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의 포문을 열었다.

14일 오후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는 900회 특집으로 꾸며졌다. 900회이니만큼 그동안 '개그콘서트'를 빛낸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KBS 개그맨으로 시작, '국민MC'로 통하는 유재석은 이날 오프닝을 담당한다. 후배들의 연호 속 모습을 드러낸 유재석은 박영진과 송준근의 유행어를 바꿔 이야기 하고, 미혼인 정명훈에게 아이의 안부를 묻고, 최근 '개그콘서트'에 등장하지 않았던 김대희에게 "지난주에도 너 때문에 배꼽이 빠졌다"라는 인사를 건네 웃음을 줬다.

무대에 오른 후에는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후배 개그맨, 개그우먼 여러분! '개그콘서트'를 사랑하는 시청자 여러분! '개그콘서트'의 900회를 축하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루하고 딱딱할 것 같아서 오늘 내 멘트를 재미있고, 내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통역을 해주실 속마음 통역사 한 분을 이 자리에 모셔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곧바로 유민상이 메뚜기 탈을 쓰고 나와 유재석 옆에 섰다.

유재석은 "내가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축사를 해달라고 해서 정말 매우 영광이고 기쁜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라고 말했다. 이에 유민상은 "'개그콘서트' PD가 한 달을 조르더라. 왔으니까 됐지?"라고 해석했다.

유재석은 "왜냐하면 '개그콘서트'에는 자랑스러운 내 후배들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유민상은 "나는 '무한도전'의 양세형이 제일 재미있더라"라고 해석했고, 유재석은 급히 "양세형도 재미있지만 여러분도"라며 말을 고쳤다.

또 유재석은 "매주 한 주도 안 빼먹고 '개그콘서트'를 시청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에 유민상은 "'런닝맨'만 보고 티브이를 끈다"라고 했고, 유재석은 "'런닝맨'을 보고 '개그콘서트'를 보고 꿈나라로 간다"고 정정했다.

유재석은 "19년을 이어오는 동안 스타의 산실답게 정말 많은 스타 개그맨을 배출했다. 김병만, 이수근, 유세윤, 강유미"라며 이름을 나열했다. 그러나 이들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유민상은 "다 나갔네"라고 짚었다.

유재석이 "비단 개그뿐만이 아니라"라고 운을 떼자 유민상은 "음주운전, 도박, 절도 등"이라고 말을 이었고, '개그콘서트' 제잔진은 김준호의 이름표를 화면에 담았다.

끝으로 유재석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은 모두 900회에 안주하지 말고 첫 회라는 생각으로 1000회, 2000회를 가며 대한민국의 웃음을 책임져 주는 '개그콘서트'가 돼 주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후배들은 유재석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유재석은 이후 지루한 연설을 늘어 놓는 콩트를 더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재석은 "어쨌든 여러분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여기에 1g 정도만 추가를 할까 한다. 내 예전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다. 그랬지에 '남편은 베짱이'가 탄생했다. 코미디라는 것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코미디는 열정에서 나온다. 끌어 오르는 열정. 내 안에 있는 열정을 혼자 찾아냈을 때, 그것을 무대에서 펼쳤을 때 시청자가 박수를 보내는 거다. 그때는 왜 나를 주목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말이 길어지자 후배 개그맨들은 손으로 목을 긋는 신호를 보냈지만, 유민상도 어찌할 수 없었다. 유재석은 딴짓을 하고 있는 후배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형이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영길이는 잠이 오냐. 이상훈은 다리를 오무려라. 여기가 너네집 안방이냐. 태환이는 집에 가서 먹어라. 김대희는 왔다갔다하지마라. 그럴 거면 가라"고 지적했다.

유재석의 연설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는 "너무 옛생각이 나서 한 맺힌 얘기를 하느라 흥분한 것 같다. 왜 나를 안 썼을까. 왜 나를? 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라고 울분을 터트린 후 "메뚜기 춤도 코미디에서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들이 안 써주더라. 이렇게 박수를 쳐 주셨으면 그대 정말 즐겁게 할 수 있었을 거다. 이 무대가 너무 좋다. 코미디를 사랑한다. 나는 이 무대에서 죽고 싶다. 왜 그때 내 마음을 못 봐준 거냐"라고 말했다.

결국 유재석은 후배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그러면서도 유재석은 "놔봐. 놔봐. 너네들은 몰라"라고 외쳐 웃음을 줬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