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대통령의 아들? 작업이 즐거운 작가일 뿐"

김아미 기자 2017. 5. 1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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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문래동 작업실 최초 공개 인터뷰
"나오고 싶었지만 꾹 참아..가짜뉴스 소송으로 진실 규명"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작가가 13일 오후 서울 자신의 작업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5.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저는 작업하는 게 즐거운 작가일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35)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작업실을 뉴스1 기자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짐이 더 많은 창고같은 작업실에서 그는 다른 작가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의 작업실은 문래동의 오래된 공장건물 일부를 국내 한 상업갤러리가 임대해 운영하는 '작가 레지던시'다.

문래동 작업실은 준용씨가 미술 작업을 하는 공간이다. 준용씨는 건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파슨스스쿨에서 석사를 마친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5년 스타트업 게임회사인 '티노게임즈'를 공동 설립해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술관 그룹 전시에도 참여했다. 게임 회사 일이 바빠진 요즘 문래동 작업실에는 주말에만 오게 된다.

아버지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대선기간 내내 그는 작품에만 몰두하는 평범한 작가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그를 둘러싼 ‘취업특혜’ 시비가 아버지에 대한 공격 재료가 됐고 정치권은 그가 제물이 돼주기를 원했다.

1시간 반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한결 편안해진 모습의 준용씨는 단호한 어조로 취업 특혜 의혹은 '가짜뉴스'라고 못 박으며, 앞으로 소송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선 기간에 무대로 나서지 않은 이유는 진실을 믿어주지 않고 의혹만 키우는 대선판의 생리상 경쟁자에게 도움만 줄 뿐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준용씨는 "나 혼자 똑바로 산다고 될 문제도 아니고, 대통령의 아들로서 앞으로가 더 두렵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은 준용씨와의 일문일답이다.

☞관련 기사 [영상] 대통령의 아들? 미디어 아티스트! 문준용 작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작가. 2017.5.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근황을 얘기해달라.

▶2015년부터는 작가 활동을 제대로 못 했고 게임회사 일에 '올인'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게 목표이긴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선거 기간이 되면서 아버지를 도와드렸다. 이 와중에 포항시립미술관 전시도 했다. 게임도 출시 예정이고 바쁘게 지내고 있다.

-대선 기간 정치권의 거센 공격을 받았지만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텐데.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나서는 건 '네거티브' 공세에 말려드는 것이어서 전략적으로 안 나서기로 판단했고, 나오고 싶어도 꾹 참았다. '왜 아버지 일 안 돕느냐'는 분들도 있었는데, 유세만 안 나갔을 뿐 네거티브에 대한 대응, '팩트 체크' 등과 같은 일들은 많이 도와드렸다.

-얼굴을 일부 가린 사진이나 포스터가 나돌기도 했는데.

▶그건 나를 끌어내기 위한 도발이었다. 내가 나와서 직접 해명하라는 건데, 만약 그랬다면 또 거짓말이라고 했을 거다. 뻔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선거 전략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인생에 너무나 큰 피해를 미치는 거다. 그런 식의 캠페인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가족들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아내는 종일 뉴스 댓글만 보고 울다가 웃다가 그랬다. 나나 어머니, 동생은 익숙한 편이었는데 아내가 제일 힘들어했다.

-그런 게 익숙해졌다 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을 텐데.

▶남 얘기에 신경을 안 쓰는 편이기도 하고. 너무 오랫동안 이 일을 겪어서 익숙해진 것 같다.

-언론 인터뷰 등에 응하는 건 이제 마음의 짐을 한결 덜었기 때문인가.

▶사실 지금 미묘하다. 그동안은 네거티브 대응 차원에서 노출을 안 했던 거고, 선거가 끝났으니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할 생각도 없고. 그런데 조심스러운 건, 최근에 또 논란이 과열되는 상황인 것 같아서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조심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초기에 제가 '설치는 게' 보기 안 좋을 수도 있으니.

문준용 작가 2017.5.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에 대해 아들로서 소감은.

▶정말 기쁘다. 두 번째 도전해서 성공한 거고, 아버지도 고생 많이 하셨고, 나도 개인적으로 내 문제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마지막에는 정말 '대통령이 됐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친인척 관리에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들에게도 그랬나.

▶아버지는 믿고 내버려 두는 성격이다. 엄격하긴 하지만 시시콜콜 간섭하고 그러지 않는다. 이제 당선이 되셨으니 더욱 주의하라고 얘기하실 것 같다.

-준용씨는 스스로를 '예술과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작업활동을 하는 작가'로 밝혔다. 그러나 아버지가 처음 대선에 출마한 이후 2013년부터는 공식적인 작업이나 전시 활동이 뜸해진 것 같다. 아버지 때문에 작가 꿈을 접은 건가.

▶그렇지 않다. 작가로서의 활동과 게임 개발자로서의 일을 병행하는 게 목표고, 꿈을 접기에는 작가 활동이 너무 재미있다. 다만 시간이 안 될 뿐이다. 다들 제가 게임 쪽으로 전업했다고 여기시는데 그렇지 않다. 원래 제 작품이 게임 같았다.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같은 첨단기술을 많이 이용했다. 예술과 게임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게임으로 작품을 해도 되고, 작품을 게임 쪽으로 활용해 볼 수도 있고. 그런 비전을 갖고 게임회사를 시작한 거다.

-보통 30대 젊은 작가들은 작품 활동만으로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생계는 어떻게 꾸려가나.

▶그간 전시를 많이 했다. 그런데 다 그룹전이다. 개인전은 못 하겠더라. 내가 팔리는 작품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어쨌든 비교적 작품이 널리 알려져서 그런지 전시 기회가 많아서 그룹전 활동만으로도 수입은 어느 정도 됐다.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아티스트 피'(작가비)를 그렇게 많이 주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잘 안 준다. 한 100만원 정도 될까. 그런데 저의 경우에는 그런 작업을 자주 해서 생계에 도움이 됐고. 대학에서 시간강사도 했다.

-문 대통령이 IT 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아들이 게임산업 종사자이고 이목이 쏠려 있다 보니 오해의 소지도 있을텐데.

▶ 일단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버지가 아들이 이런 일을 한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을 줄 분이 아니다. 그러실 분이 아니고 그러셔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후보 시절 공약을 보면 원래 IT 쪽으로는 신경을 쓰고 계셨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준용 작가/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문 대통령은 정치에 뛰어들기 전부터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 온 인권변호사였다. 아버지로서 문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나.

▶자상하지만 무뚝뚝하신 편이다. 솔직히 아들을 세세히 챙겨주는 아버지는 아니었다. 주말에도 일하고 워낙 바쁘시니까. 아주 많은 시간을 함께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상하셨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면.

▶등산을 많이 데리고 가셨다. 당신이 좋아하시니까.(웃음) 그런데 애들은 등산을 싫어하지 않나. 또 아버지는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갖고 계셔서 그걸 하러 같이 바닷가에 놀러 다니곤 했다. 아버지는 스킨스쿠버를 하고 나는 바닷가에서 놀고.

-문 대통령이 딸보다 아들에게는 유독 엄했다고 하던데.

▶약간 그런 편이었다. 몇 번 맞기도 했다. 특전사 출신이라 그런지 맨몸으로.(웃음) 그러나 체벌은 안 하시는 편이다. 당신 기분 나쁘다고 막 그렇게 하는 거 잘 못 하신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들이라 부모님께 많이 혼났을 것 같다.

▶어머니는 잔소리하셨다. 게임기를 숨기기도 하시고. 그러나 아버지는 게임을 하지 말라며 혼내고 그러지 않으셨다.

-어떤 게임을 얼마나 좋아했나.

▶처음으로 했던 게임이 '슈퍼마리오' 같은 닌텐도 게임이다. '디아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인기 있는 '롤플레잉게임'(RPG)은 다 했다. 대학 때는 하루 종일 하기도 했는데, 제가 심하게 중독되는 성격은 아니다. 특히 RPG 같은 건 오래하면 스스로 질리는 성격이다. 친구들끼리 만든 '길드'도 하고, 여러 명이 함께 몬스터(괴물) 잡으러 가는 '레이드'도 하고 그랬다.

-아버지도 같이 게임을 해 주셨나.

▶그 연령대 분들이 그러하듯 아버지도 게임이 적성에는 안 맞으신 것 같았다. 그런데 처음에 노력은 하시더라. '젤다의 전설' 같은 걸 함께 해 주셨다. 최초의 RPG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닌텐도 게임이다.

-대통령과 영부인의 부부 금실이 좋은 것으로 언론에 비치는데, 실제로도 그런가.

▶금실이 좋으시다. 물론 부부싸움도 몇 번 하셨다. 말로 싸우는데 주로 아버지가 이긴다. 변호사니까.(웃음)

-앞으로도 게임 쪽 일을 계속할 건가. 작가로서 활동도 병행할 건지.

▶게임 일이 매력 있어서 계속 하고 싶다. 작가로서의 활동은 작품 같은 게임을 만드는 거다. '모뉴멘트 밸리' 같은 '아트워크'(예술작업) 위주의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예술성을 갖춘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 최근에는 '1인 게임 개발'도 가능한 추세다. 프로그래밍부터 아트워크까지 혼자서 다 하는거다. 원래 게임은 여러 사람의 개성이 섞여서 만들어지는 건데, 그 과정에서 개발자의 개성이 사라지는 일도 있어 힘든 부분이 있다. 반면 1인 개발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개성을 담을 수 있으니까,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되는 거다.

-역대 대통령의 아들들은 주변의 유혹 등으로 인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불행을 맞기도 했다. 준용씨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가.

▶사실 어떻게 될지 두렵다. 나 혼자 똑바로 산다고 해서 휘말리지 않을 수 있을까 걱정된다. 최선을 다해 똑바로 살 자신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때에도 가짜뉴스들이 나왔고, 인터넷에 영원히 남게 될 텐데, 그런 것들이 앞으로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렵다.

-작가로서 앞으로 국공립미술관 전시를 하게 되면 또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있을텐데.

▶이미 국공립미술관 전시를 많이 했다. 그것 때문에 이번 선거 때 국회의원들이 미술관에 자료를 요청했다더라. 그래서 내게 전시 기회를 줬던 큐레이터들이 국회 제출할 자료 만드느라 행정 업무를 한참 동안 했다고 한다. 그로 인한 힘든 심경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토로한 분들도 계셨고. 그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런 일을 겪은 분들이 앞으로 나와 함께 전시하자고 하겠나. 또 앞으로도 나와 전시를 같이 하려면 그런 부분들을 각오하셔야 할 것 아닌가. 이런 이유로 앞으로 전시 기회가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다.

-아버지가 대통령이라 오히려 작가로서 활동하기에 입지가 좁아지는 것 같은데.

▶속상하진 않다. 다른 기회를 찾아보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국공립미술관 전시는 큰 기회인데 그걸 못 하게 된다면 작가로서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는 거다. 이건 조금 두고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실제로 내게 전시 기회가 아예 오지 않을 것인지. 그런데 미술계가 재밌는 게,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일하는 큐레이터들도 많다. 그렇다면 또 전시할 기회가 올 수도 있고.

-어떤 작가들과 친한가.

▶저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다. '프로젝션 매핑'이나 '인터랙티브' 같은 첨단기술을 이용하지만 기술을 예술의 부속품이나 수단이 아닌 기술 그 자체로도 가치를 두고 작업하는 분야다.

문준용 작가/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작가로서의 작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내 작업에서 기술은 아주 큰 부분이다. 현재 존재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있지만,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한다. 작품 내용이 별로라도 그것이 나만의 기술이라면 가치가 있다. 기술자로서 작업의 핵심은 '오픈소스'인데, 내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것이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돼 발전하는 방식의 활동도 내겐 중요하다. 미술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스토리텔링(이야기)이다. 감성적으로, 시적으로 표현하는 거다. 첨단기술에는 마술처럼 신기하게 느껴지는 감성이 있다. 이러한 감성을 예술로 활용해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게 재밌다.

-아버지가 어떤 대통령이 되길 바라나. 준용씨는 어떠한 대통령 아들이 되고 싶나. 혹여 정치할 생각도 있는지.

▶나는 정치할 생각 당연히 없다.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이런 작업실에 처박혀서 혼자 작업하는 게 즐겁다. 그래서 그럴 일 없을 것 같다. 대외적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할 것 같지도 않다. 작가를 하는 이유는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을 만드는 즐거움' 때문이어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다. 아버지는 최근 며칠간 보여주신 모습대로 계속한다면 많은 분이 바라시는 희망을 이루지 않을까. 그러면 좋겠다.

-대선 기간에 한 번도 아버지 유세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그때 못한 말을 한다면.

▶진짜 못 하겠는데…. 한마디만 하겠다. 아버지, 꼭 훌륭한 대통령이 되셔서 많은 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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