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뉴딜] ② 선진국에선 새 '경제기반 구축' 성공

2017. 5. 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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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미국·일본 등 민관 협력으로 경제 살리고 지역문화 활성화
국내선 서울 창신·숭인, 군산 구도심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의류·봉제 산업의 중심지로 과거 우리 산업을 이끌었던 서울 종로구 창신동과 숭인동.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국내 봉제산업의 쇠퇴로 한때 3천여 곳에 이르던 봉제공장은 예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그마저도 영세 공장이 상당수다.

봉제산업의 쇠퇴로 낙후된 이 지역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주민의 기대를 모았지만, 사업 진척이 늦어지면서 결국 2013년 해제됐고 주민 불편은 커져만 갔다.

그러다 지난 2014년 5월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전국 13개 도시재생선도지역에 포함되고 서울시도 2015년 활성화 계획을 세우면서 이 일대가 변신에 성공했다.

보행로 계단을 정비하고, 난간을 설치해 걷기에 좋은 길로 바꿨다. 좁고 어두웠던 골목길에는 태양광 조명을 달고, 늦은 밤에도 안심하고 집에 갈 수 있도록 CCTV와 '안심이 장치'도 설치했다.

낡고 지저분했던 골목길 바닥과 담벼락에는 편안한 색으로 색칠하고 화단도 꾸몄다. 창신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 봉제산업을 알리기 위해 봉제박물관도 조성하고 있다.

주민공모사업과 마을 배움터 주제 공모사업 등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주민역량강화사업'과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도 추진한다.

창신동 주민은 "전면 철거방식 대신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 아래 주민이 적극적으로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면서 이 일대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창신숭인 지역 골목길 정비 전과 후 (서울=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지역이 대한민국 산업을 떠받치던 의류·봉제 산업의 중심지에서 이제는 도시재생이라는 '날개'를 달고 다시 한 번 힘찬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2016.11.28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 역사 짧은 국내 도시재생…정부·지자체·주민 협력 '시작 단계'

우리나라는 도시재생 사업 후발 주자다. 지난 2013년 말 도시재생특별법이 만들어져 정부 지원이 시작된 게 올해로 고작 4년 차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부와 도시, 지역 주민이 협력해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서울 창신·숭인지구처럼 작지만 다양한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2025 도시재생전략계획'을 확정하고 13개 핵심지역을 선정해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도시재생전략계획 핵심지역 중 하나인 신촌은 대표적 대학가이자 강북의 주요 상권으로 1990년대 유행을 이끄는 핫플레이스였지만 대형 상업자본이 침투해 기존 상인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빠져나가면서 2000년대 들어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아쉬워하던 청년 문화예술인들과 지역 상인, 대학생 등은 몇 년 전부터 신촌 재생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새로운 신촌 문화 만들기에 나섰다.

신촌은 2014년 서울형 도시재생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지난해 지역 상인과 주민, 학생이 주축이 된 도시재생 주민협의체가 발족했고 골목 문화를 기반으로 상권·주거·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항만 기능이 이전하면서 쇠퇴했던 구도심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관광지로 개발해 지난해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했다.

군산 구도심은 일본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내항의 항만기능이 1990년대에 외항으로 이전하면서 인구가 70% 이상 줄었다. 그러다 군산시가 2014년 도시재생선도지역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됐다.

군산시는 옛 검역소와 시청 등 일제 침탈기에 세워진 구도심의 근대식 건물 등을 중심으로 관광 인프라를 구축했고 게스트하우스 협동조합인 '펀빌리지'를 통해 관광객에게 숙박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노력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기 전인 2013년 22만명 수준이던 연간 관광객은 지난해 102만명으로 급증해 지역 경제발전이 기여하고 있다.

성수동 카페 (서울=연합뉴스) 대한민국 제화 산업을 떠받쳤던 '수제화 1번지' 성수동은 이제 낡은 건물을 부수는 대신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을 통해 다양한 빛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희망을 꿈꾸는 마을로 변화하고 있다. 2016.12.1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 선진국은 민관 협력으로 경제기반 구축ㆍ지역 문화 활성화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시재생 성공 사례가 많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에 발맞춰 주민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죽어가던 구도심을 살렸다.

영국이나 일본, 미국 등은 쇠퇴한 산업단지를 첨단산업 도시나 친환경 도시로 조성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압축 성장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도시의 문화나 역사 등을 아우르는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해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영국 사우스요크셔 주 남부의 셰필드 시는 18세기 말 산업혁명 이후 철강산업 도시로 성장했지만 이후 개발도상국과의 경쟁에 뒤처지면서 1980년대부터 경제가 급속히 침체했다.

이에 시는 1998년 도시재생 정책인 '어반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첨단산업단지인 '셰프 밸리'(Sheaf Valley)를 조성하는 등 새로운 도시경제 기반을 구축해 지역 경제를 살려냈다.

경제 불황으로 도쿄 등 대도시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지방도시의 쇠퇴를 우려한 일본에서는 대도시의 경제기반을 강화하고 지방도시의 중심 시가지를 활성화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노후한 저층 목조주택이 밀집한 주거지역이던 미나토구 도라노몬은 도쿄 도심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었다.

그러다 일본 중앙 정부의 지원 아래 이곳에 새로운 경제거점을 조성하기 위한 복합개발과 도심부의 교통 정체를 완화하기 위한 간선도로 정비 사업이 추진됐다.

이를 통해 도라노몬에 도로가 건물의 지하를 관통하는 초고층 복합빌딩 '도라노몬 힐스'가 조성돼 2014년 문을 열었고 이 일대는 도쿄의 핵심 상권으로 부상했다.

도쿄의 관광 명소로 꼽히는 '롯폰기 힐스'도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뒤섞인 주거시설이 밀집돼 있던 지역이었으나 1986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3년 업무시설과 상업·숙박·주거시설을 아우르는 최첨단 복합시설로 변모한 성공 케이스다.

지방도시인 시가현 나가하마는 물류 집산지로 1960년대까지 번성하다 1975년 교외에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선 이후 중심 상권이 쇠퇴하면서 과거 700여개에 달하던 중심 상점가의 점포가 1989년에는 150여개만 남기고 문을 닫아버렸다.

이에 나가하마 시와 주민은 민관 출자회사를 세워 시가지 정비·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유리공예를 문화산업으로 육성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 연간 200만여명이 찾는 유명 관광지로 거듭났다.

미국에서도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는데 뉴욕 맨해튼 도심에는 오래된 화물 운송 철로가 놓인 고가를 녹지공원으로 조성한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가 있다.

이 공원은 2009년 개장 이후 연간 4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인근 상권이 활성화되며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꼽힌다.

여기에 착안해 뉴욕 맨해튼에서는 1948년 이후 방치됐던 전차 터미널 지하공간을 세계 최초의 지하공원으로 조성하는 '로우라인'(Lowline)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도시재생을 통해 다시 태어난 일본 도라노몬 힐즈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연합뉴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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