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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날씨가 만들어내는 예술…'아주 기묘한 날씨'

등록 2017.05.13 08: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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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기묘한 날씨, 책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날씨만큼 우리 일상과 밀접한 것이 있을까. 누구나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중요한 행사나 여행을 앞두고 나쁜 날씨 때문에 실망한 기억이 있다. 날씨는 개인의 심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기업들은 날씨를 매출의 중요한 변수로 삼는 '날씨 마케팅'을 해왔다. 요즘은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공기청정기, 에어컨 필터와 같은 날씨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마케팅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날씨는 우리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기묘한 날씨'는 날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일러스트와 함께 펼쳐지는 그래픽 북이다. 신비로운 기후 현상의 원리부터 자연재해, 날씨를 이용한 정치적 선전과 영리 활동, 기후 현상을 설명하는 옛 신화부터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한 문학 작품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추위·비·안개·하늘 등 다양한 기후 현상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읽을거리와 멋진 일러스트로 친숙한 주제인 날씨를 새롭게 경험하게 한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북한 사회는 날씨를 특별한 징조로 여겼다. '로동신문'은 북한 량걍도의 한 마을에서 발견된 아름다운 서리를 김정일이 하늘에서 내린 선물이라고 보도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눈이 내리자 북한 사회는 "김정일 수령 동지는 하늘에서 내려준 분이라 하늘마저도 수령님의 떠나심에 눈물을 흘린다"고 경외를 표했다. 수천 년 동안 기상 현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온 인류의 관습이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이 책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찰스 왕세자가 신비로운 안개에 갇힌 일화도 있다. 그들이 방문한 북아메리카의 영국령 섬 뉴펀들랜드는 자기 손바닥도 보지 못할 정도의 짙은 안개로 유명하다.

 날씨 정보 기업이 밝히는 날씨와 구매 심리의 관계도 흥미롭다. 플래널리틱스사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허리케인 예보가 발표될 때 소비자가 가장 많이 구매하는 상품은 뜻밖에도 프라이드치킨이다. 한편 현대 기업보다 훨씬 오랫동안 날씨에 관한 정보를 모아온 사람들도 등장한다. 1792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전역의 날씨를 예측해온 간행물 '늙은 농부의 연감'의 편집자는 220년 넘게 사용된 일기예보 공식을 이 책에서 들려준다.

 로렌 레드니스는 날씨라는 주제 아래 굵직한 사건은 물론 다양한 개인의 사연을 이질감 없이 엮어내는 뛰어난 감각을 선보인다. 극지방을 사랑한 탐험가의 설원 탐험기, 베트남 전쟁 당시 인공 강우로 북베트남군의 보급로를 차단한 미국의 물리학자,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바다를 헤엄쳐 건넌 예순 살 할머니, 벼락을 맞고도 살아난 사람들 등 독특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일화를 적재적소에 풀어냈다.

 다양한 사람들이 증언하는 날씨는 때론 기이하고 때로는 아름답다. 이 책에는 7년에 한 번 비가 올 때마다 온갖 생명이 약동하는 아타카마사막, 겨우내 지평선 위로 단 한줄기 태양 광선도 올라오지 않는다는 극지방의 스발바르제도, 바다 위에서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무풍대 등 지구 곳곳의 신비로운 기상 현상이 가득 담겼다. 김소정 옮김, 272쪽, 2만2000원, 푸른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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