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식 적폐청산' 시동..野 반발에 정국경색 조짐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입력 2017. 5. 13. 05:03 수정 2017. 5. 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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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폐지에 최순실, 세월호도 재수사 암시
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정윤회 문건 사건, 세월호 조사 방해 의혹에 대해 재조사를 시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전격 폐기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자유한국당이 정치보복이 의심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새 정권이 들어선지 불과 며칠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의 주요 의혹사건들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입장을 전하며 "최순실 건과 정윤회 건, 세월호 건도 있는데, 일관된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 미진한 게 있는지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확인하고 검토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문제를 어떻게 풀라는 건 아니고, 그런 지점들이 있으니 내부적으로 살펴봐야 하지 않느냐는 원론적인 말씀"이라며 "아직은 민정수석 밑에 행정관들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생각은 갖고 있지만 당장 실행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의 주요 사건들에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참모들과의 오찬에서 세월호 참사 재조사와 박근혜정부에서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다.

문 대통령은 조국 민정수석에게 "지난번에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기간 연장이 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로 넘어간 부분을 국민이 걱정하고 그런 부분들이 검찰에서 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 특조위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끝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다시 좀 조사됐으면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결국 정윤회 문건 사건을 포함한 최순실 국정농단과 세월호 사건 전반에 대해서 진상조사나 재수사를 하라는 지시가 아니냐는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에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의혹사건 특별수사팀의 부팀장 출신인 박형철 전 부장검사를 임명한 것도 적폐청산의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에 전격 발탁된 박형철 전 부장검사의 변호사 시절 모습 (사진=페이스북)
박 전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권 초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조작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사건의 수사를 맡았다가 이번 정권 내내 좌천성 인사를 발령받은 끝에 검찰을 떠난 인물이다.

박 부장검사가 기용되면서 국정원의 댓글 사건은 물론이고 검찰의 정윤회 문건 사건의 축소 의혹, 세월호 수사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개입 의혹 등이 줄줄이 파헤쳐질 것으로 보인다.

숱한 논란을 불러왔던 국정교과서도 문 대통령의 폐지 지사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만에 교육 분야의 첫번째 업무지시로 국정교과서 폐지를 지시해 잘못된 정책은 곧바로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취임 초반부터 적폐 청산의 드라이브를 세게 가동하면서 전임 정권 심판을 우려한 자유한국당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취임 초 허니문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야간 긴장감이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이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은 외면하고 유리할 것 같은 사안만 재수사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정치보복으로 의심될 수밖에 없다"며 "개혁을 위한 적폐청산을 내세워 정치보복을 하려 한다면 국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적폐청산을 제대로 하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 문 대통령 아들 '문준용 특혜 취업' 의혹,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의 '대북 결재' 사건도 반드시 진상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옥 원내대변인도 다른 논평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마당에 국정농단 사건으로 얼마나 더 어떻게 갈등과 분열을 유발할지 걱정된다"면서 "세월호 조사도 검찰과 해수부에서 조사는 할 만큼 다 했다는데 자꾸 과거를 들춰내려는 이유가 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당장 먹고사는 일과는 직접 관계가 없고, 양대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추진하는 것이 맞는 일이냐"고 각을 세웠다.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에 속도를 낼 수록 자유한국당의 반발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인사청문회와 개혁입법 통과 과정에서 한국당의 공세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 하나도 어려워 난관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바른정당 탈당파들을 받아들이면서 원내 107석을 확보한 제1야당이다.

하지만 전 정권의 실패로 적폐 청산의 명분이 있는데다 바른정당은 침묵하며 여론을 주시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오히려 적극 환영하고 있어 국민적 여론을 업고 이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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