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 집무실, 참모들 곁으로 옮기다

황대진 기자 입력 2017.05.13. 03:15 수정 2017.05.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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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본관 500m 거리 비서동 이전, 참모들과 실시간 맞대고 업무
'걸어서 20분' 대면 보고.. 이젠 계단 한두 층만 올라가면 돼
광화문 이전은 2019년 예정
- 여민 1관 3층에 '대통령 집무실'
10평.. 같은 층에 영상회의실도.. 1층 정무수석실, 2층 비서실장실
비서동 3개 건물이 가까이 있어 참모 소집 땐 5분이면 다 모여
"광화문 집무실 새로 짓기보다 한국형 웨스트윙으로 활용을"

문재인 대통령은 12일부터 일상 업무를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 아니라 비서동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보기로 했다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밝혔다.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주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주로 비서동에서 500m가량 떨어진 본관 집무실을 이용했다. 이 때문에 참모들과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있었다.

청와대 비서동에서 직원들과 점심… 오늘 관저에 입주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 직원 식당에서 줄을 서서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공사 방문을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와 청와대에서 식사 조리와 시설 관리, 수송 등을 담당하는 기술직 직원들과 한 식탁에 앉아 오찬을 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13일부터 청와대 관저에 입주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대로 2019년 광화문 정부청사로 집무실을 옮기기 전까지 주로 이곳에서 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부터 대통령은 공식적인 업무와 큰 행사는 본관에서 하지만 일상적 업무는 비서동 집무실에서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집무실 이전 배경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고 열린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참모하고도 가까운 거리에서 늘 소통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윤 수석은 "앞으로 대통령 업무와 일상적인 일들은 바로 참모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거쳐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과 비서동 1관 3층, 관저 등 3곳에 있다. 비서동 집무실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만들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도 한때 이곳에서 수석비서관 회의 등을 열었지만 주로 본관 집무실을 사용했다. 청와대는 이날 비서동 건물 명칭도 기존 '위민(爲民)관'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이름인 '여민(與民)관'으로 다시 바꾼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주 집무실을 청와대 본관에서 비서동으로 옮긴 것은 광화문 정부 청사로의 이전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청와대 참모들과의 거리부터 좁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전문가와 청와대 근무 경험자들은 "비서동에 설치된 대통령 집무실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참모진과의 소통 및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본관 집무실은 청와대 내 '외딴섬'

청와대 비서동에서 직원들과 점심… 오늘 관저에 입주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 직원 식당에서 줄을 서서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공사 방문을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와 청와대에서 식사 조리와 시설 관리, 수송 등을 담당하는 기술직 직원들과 한 식탁에 앉아 오찬을 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13일부터 청와대 관저에 입주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현재 대통령 주 집무실은 청와대 본관 2층에 있다. 부속비서관실 직원을 제외한 비서실장 이하 모든 수석과 비서관들은 비서동 건물(1·2·3관)에서 근무한다. 본관에서 비서동까지는 거리가 500m쯤 된다. 급할 때는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비서동에서 본관으로 가려면 관문 2개와 경비 초소를 통과해야 하고 검색대 통과 절차도 거쳐야 한다.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참모가 자기 사무실에서 대통령 집무실 안에 들어가는 시간을 따지면 (걸어서) 20분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과 비서진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이 늘 제기돼 왔다. 촌각을 다투는 안보 위기나 국가 재난에선 심각한 판단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긴급회의를 소집했지만, 참모들이 모이는 데 시간이 걸려 회의는 20분이 지나서야 열렸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주로 전화로 지시를 내리는 습관을 갖게 된 것도 멀리 떨어져 있는 비서들을 매번 부르기가 뭣한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외국의 경우 대통령 내지 총리 집무실이 이런 식으로 참모들과 떨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백악관은 같은 건물에 대통령과 참모 사무실, 위기대응실까지 함께 있기 때문에 유사시 모이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김영삼 정부)은 "국민이 원하는 것도 꼭 집무실을 광화문에 두는 것보다 잘 소통하면서 일을 잘하라는 것이라고 본다"며 "대통령이 언제라도 찾아가고, 또 필요하면 참모들을 불러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10년 만에 다시 '여민관 시대'

현재 청와대 비서동은 3개의 건물(1·2·3관)로 구성돼 있다. 비서동 내 대통령 집무실은 1관 3층에 마련돼 있다. 10여평 정도 크기로 책상과 의자, 소파와 응접 세트가 비치돼 있다. 소회의실, 영상회의실도 같은 층에 있다. 바로 밑 2층에는 비서실장실이 있고, 1층에는 정무수석실이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러 갈 경우 계단 한 층만 올라가면 되는 구조다. 박근혜 정부 기준으로 비서동 2관에는 민정·경제·고용복지수석실이, 3관에는 홍보·외교안보·미래전략수석실 등이 각각 배치돼 있다.

/그래픽=김성규 기자

1~3관이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참모들을 소집할 경우 5분이면 다 모일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비서동의 대통령 집무실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만들어서 시설도 잘돼 있고, 충분히 대통령 업무가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광화문 집무실을 새로 짓기보다 여민관 집무실을 활용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했다.

유형창 경남대 경호비서학과 교수(전 대통령 경호부장)는 "청와대는 대공 방어 시스템이 이미 구축된 곳인데 광화문에 그만한 시스템을 단시일 내에 만드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여민관 집무실을 계속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서동 집무실을 쓰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된 것으로 안다"며 "그렇지 않고 꾸준히 비서동 집무실을 이용한다면 '광화문 집무실'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소통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19대 국회에서 '대통령 집무실 재배치'를 꾸준히 주장했던 이상일 전 의원은 "비서동에 기왕 지어진 집무실을 활용해 '한국형 웨스트윙'으로 활용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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