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칼럼] 장점 많은 대한민국 군 복무 제도
인재들이 외면하는 곳으로 전락
군 복무는 소중한 다양성 체험
여성에게도 국가 봉사 기회 줘야
최근 미국의 대외 분쟁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다. 미국은 징병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군대에 가는 것은 더 이상 모든 시민이 수행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다른 대안이 없는 사람들의 호구지책이 돼버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희생해 달라’는 호소에 부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여러 세력이 움직이는 군은 장기적 차원의 전략을 개발할 수 없다. 이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영원한 전쟁(forever war)’이 됐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언제 떠날지에 대해 아직도 아무런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군 복무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배경의 동료들과 함께 국가를 위해 일하고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경험을 한다. 이러한 경험 자체가 그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소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거리가 점점 확대되는 시대다. 계급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사회적 구분이 없는 환경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한국군은 군 복무에 내재된 잠재력을 극대화해 병사들을 책임감 있는 성인이자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인재로 만들기 위해 칭찬할 만한 실험들을 해왔다. 예를 들면 강원도 인제에 있는 제3공병여단은 병사들로 하여금 인생 계획을 작성하게 한다. 또한 병사들이 매일 부대에 어떤 공헌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쓰게 한다. 군 생활은 병사들이 인생에서 지극히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제3공병여단은 군 복무자들이 서로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사람들의 경험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을 확인하게 한다.
여성의 군 복무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여성의 군 복무를 궁극적으로 적절하지 않게 만드는 문화적·실용적 이유가 있다. 하지만 남성에게만 국가를 위해 일하는 기간을 제공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군 복무를 대신해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단체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은 국내 혹은 국제적인 목표를 위해 현대적인 ‘평화봉사단’을 창설할 수 있다. 평화봉사단에서 여성들은 가난한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가운데 스킬을 배우고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중요한 이슈에 대해 설명하는 활동을 할 수도 있고 환경 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 평화봉사단 같은 단체를 통해 여성들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전문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진정한 공공서비스라는 귀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윤이나 권력을 위해 젊은이들의 삶을 남용하는 것은 부도덕하다. 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크고 작은 희생을 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이다. 이러한 노력은 새로운 ‘남에게 주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군대를 넘어 사회로 확장돼야 한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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