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 in 세상]표절 시비로 인한 팬들의 실망감은 누가 감당해야 하나
[경향신문] 잠잠하다 싶으면 표절 시비가 불거져 나온다. 지난달에는 가수 전인권씨의 표절 문제로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유명한 노래가 표절이라고 비난받게 되면 가수는 신뢰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표절은 알고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1976년 조지 해리슨의 ‘My sweet lord’는 시폰스의 ‘He’s so fine’을 표절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조지 해리슨은 시폰스의 곡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기타를 들고 나와서 직접 노래를 부르며 두 곡이 어떻게 다른지 증명해보려고 했으나 법원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판결은 ‘잠재의식적 표절’이었다.
돈 문제를 제외한다면 표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중은 표절에 대해서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이라는 법적인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인 1970년대 이전에는 남의 노래를 마음대로 가져다 부르는 일이 흔했다.
비틀스는 ‘Come together’에서 척 베리의 ‘School days’를 표절했다. 척 베리의 ‘Johnny B. goode’ 첫 부분 기타 솔로는 루이스 조던의 ‘Ain’t Just Like a Woman’에서 가져다 썼다. 솔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이 ‘Respect’를 노래했을 때 오티스 레딩은 “저 여자가 내 노래를 빼앗아 갔다”고 탄식했다. 그런가 하면 오티스 레딩은 롤링 스톤스의 ‘Satisfaction’을 불러서 녹음하고 자기 노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대중은 역사의 반열에 오른 훌륭한 작품에 대해서는 크게 표절을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옛날에 베낀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게다가 저작권이 강화된 이후에 음악이 더 좋아졌다거나 나빠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록이나 솔 음악은 코드 진행에 있어서 제한된 형식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비슷한 느낌의 곡들이 계속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대중으로서는 들을 음악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뿐이고, 우리는 노래가 마음에 들면 찬사를 보낼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화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음악은 표절의 역사이고 돈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거나, 실제로 가수가 원곡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그것은 그 노래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팬들의 실망감이다. 예술가가 당당하다고 생각해도 팬들이 표절로 인한 실망감을 느꼈다면 그것은 창작자 자신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작권 당사자가 합의하고 배상을 한다고 해도 가수의 이미지가 실추된 것을 온전히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표절 의혹이 있는 한 곡으로 인해서 수십 년을 팬들과 함께해 온 가수의 신뢰성 전체를 문제 삼지는 말았으면 한다. 조지 해리슨이 시폰스의 곡을 정말 표절했는지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조지 해리슨이라는 가수의 음악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승환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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