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추진으로 스트레스 받게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전국 유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문명고 교장 입장 밝혀

백경열 기자 2017. 5. 12. 16: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국정교과서 추진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게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됐다가 지난 3월 법원에서 효력이 정지된 경북 경산 문명고 김태동 교장은 12일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유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23일 경북 경산 문명고 교장실에서 김태동 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그는 “새 정부가 대통령령이나 교육부령을 통해 지시를 내리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면서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은 이미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상태에서 추진되었다.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추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장은 역사 과목은 ‘국정’ 교과서로 지도하는 게 맞다는 철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김 교장은 “절차적인 정당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나는 국정교과서가 옳겠다는 교육관을 갖고 추진했을 따름”이라면서 “학부모와 학생들도 이러한 생각에 따라주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지 역사적 사실에 대해 긍정과 부정적인 해석(역사관)이 있는데, 이를 여러 검·인정 교과서가 각자 담고 있다”면서 “여러 가지 교과서를 접할 경우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또 학생들은 스스로 판단을 할 수가 없다. 도덕이나 윤리, 역사 등의 과목은 국정교과서 한 가지로 가르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동 교장은 “이번 사태를 겪은 뒤 학부모들과는 어느 정도 관계를 회복했지만 아직 일부 교사 및 학생에게는 앙금이 남아있는 것 같다”면서 “학교가 전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23일 문명고 교장실 앞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김태동 교장에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따른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그간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에 반대해 온 학부모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오일근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국정교과서 문제가) 해결되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취임 3일 만에 이 문제가 해결될 지는 몰랐다. 문재인 대통령께 감사하다”면서 “그 동안 싸운 아이들의 승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학부모 등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경북교육청에서도 별도의 입장 발표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학교 역시 가정통신문 등의 형태로 입장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북도교육청은 지난 3월 문명고 신입생 학부모 2명이 제기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과 관련, 대법원에 재항고하지 않기로 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한 결과 재항고를 한다고 해도 법리적으로 봤을 때 승산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지법 제1행정부는 지난 3월17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이영우 경북교육감은 3월21일 소송 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을 통해 항고장을 제출했지만, 지난 2일 대구고법 제1행정부가 재차 항고를 기각한 바 있다. 현재 본안 소송 격인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경산 문명고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로 수업을 할 수 없게 한 1심(대구지방법원) 결정이 유효한 상황이다.

한편, 문명고 1학년생들은 검정교과서를 통해 역사 과목을 배우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아직 박스에 포장된 채로 교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